요즘 집 근처에서 파는 표고버섯 튀김에 제대로 꽂혀버려서 삼시세끼 그것만 사다 먹는 나날을 계속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야채 섭취량이 0에 수렴해서 응급으로 야채를 몸에 들이부을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마녀스프라는 요리를 찾았다. 해독스프라고 하기도 하고 토마토스튜라고도 하는 요리인가 보더라. 야채 손질이 좀 귀찮아 보이지만 그냥 냅다 냄비에 넣고 끓이면 되는 거 같아 보여서 도전해 보았다.
요리 알못이지만 그냥 대충 해도 먹을만한 게 만들어지는 기적을 연속해서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재료들의 용량 같은 건 다른 레시피를 참고하지 않았다. 스프재료만 대충 뭐가 들어가는지 보고 건더기는 그냥 먹고 싶은 재료를 죄다 마트에서 파는 단위로 때려 넣었다. 이번에도 역시 먹을만한 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가설이 참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팩트: 그냥 어떻게 만들건 망하기 어려운 요리만 하고 있음)
끓이고 소분을 하니까 5그릇정도 나오는 거 보니 대충 5인분 정도의 양의 재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재료(건더기)
- 소고기 (국거리용?) 300g
- 닭가슴살 300g
- 토마토 4개
- 양배추 1/2통
- 당근 1개
- 브로콜리 1송이
- 셀러리 1줄기
- 양파 2개
- 양송이버섯 한 팩
- 팽이버섯 한 팩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냥 먹고 싶은 야채를 마트에서 파는 단위로 때려 넣은 거기 때문에 재료와 양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그냥 먹고 싶은 거 넣으면 되는 듯. 그런데 토마토소스가 베이스인 요리라서 토마토는 들어가는 게 좋을 듯하다. 이번에 마녀수프를 만들면서 브로콜리랑 셀러리를 내 돈 주고 처음 사보았다.
재료(스프)
- 버터 2조각(20g)
- 토마토퓌레 1병(200g)
- 카레 가루 1 봉지(2인분)
- 치킨 스톡 반숟갈 (아마 10g 정도?)
- 물 800ml 정도
건더기를 양껏 넣어서 만들 때는 이게 몇 인분 정도가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스프재료도 감으로 넣었는데 위의 건더기 재료를 기준으로 굉장히 토마토 맛이 진하고 간이 딱 맞는 스프가 완성되었다. 치킨스톡은 웨이퍼(ウェイパァー)라는 일본에서 유명한 중화요리 재료를 사용했는데, 된장 같은 질감의 반고체 소스다. 반숟갈만 넣어보고 싱거우면 더 넣어야지 했는데, 안 넣어도 충분히 간이 맞아서 더 안 넣었다. 이 정도로는 국물에서 닭 맛이 나지는 않고 완전 토마토 맛만 나는데 이게 원래 요리가 의도한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도 충분히 맛있으니 됐다.
요리 순서는 이런데 1번이 제일 힘들었다. 손질된 야채를 구매할 수 있으면 그걸 사 와서 하는 게 가장 현명할 듯하다.
- 야채 손질
- 브로콜리 : (1차) 물에 담갔다가 흔들어줌 (2차) 입크기로 잘라서 베이킹소다+식초물에 담가뒀다 흐르는 물에 헹굼
- 토마토, 셀러리 : 베이킹소다+식초물에 담가뒀다 흐르는 물에 헹군 후 대충 조각냄
- 양배추 : 깍둑 썰어서 흐르는 물에 씻어줌 (귀찮아서 그냥 이것만 했는데 아마 뭔가 더 해야 할 듯)
- 당근 : 표면만 살짝 벗기고 한 입 크기로 잘라서 흐르는 물에 씻어줌
- 버섯들 :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흐르는 물에 씻어줌
- 양파 : 껍질 까서 한 입 크기로 깍둑썸
- 냄비에 버터를 녹여 고기를 구움 (표면이 대충 다 익을 때까지)
- 기름이 별로 없는 고기 부위들이라 버터랑 같이 구워줌
- 냄비 안에 모든 야채(버섯 제외)를 부음
- 이 시점에서 냄비가 꽉 참
- 그 위에 소스 재료(처음에 넣은 버터 제외)를 부음
- 뚜껑 덮고 팔팔 끓여서 야채 숨이 좀 죽어서 부피가 줄었으면 뒤적여서 위아래를 바꿔줌
- 버섯 종류를 부음
- 버섯은 많이 익힐 필요도 없고, 물렁해서 물 덜 빠진 야채들이랑 섞는다고 뒤적거리면 다 부숴먹을 거 같아서 맨 마지막에 넣음
- 뚜껑 덮고 팔팔 끓이다 뒤적이기를 2번 정도 반복 (총 30-40분 정도 끓임)
한 냄비 가득 완성된 마녀스프를 소분해 그릇에 담아주고 당장 먹을 분량에는 소비기한이 간당간당한 계란을 넣어서 다시 끓여준 후에 먹었다. 이번 요리도 아주 성공적이다. 당분간 마녀스프를 먹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으로 다른 한 끼에 표고버섯 튀김을 먹음으로써 드는 내 몸뚱이에 대한 죄책감을 상쇄시켜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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