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칼디를 구경하다가 뿌링클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한국어로 써져 있는 시즈닝을 발견했다. 내가 대학생 때 뿌링클이 출시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했던 치킨 맛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치킨을 시킨다고 하면 1순위는 무조건 뿌링클이었다. 일본에서 살게 된 뒤로는 강제로 못 먹게 되었지만 아직도 종종 한국에 가면 한 번씩 먹고 돌아온다. 최근(?)에 뿌링클 치즈볼이 나왔다며 얼마 전에 한국에 갔을 때 동생이 알려줘서 처음 먹어봤는데 그것도 정말 맛있더라.
그런데 일본에서 뿌링클 이름을 달고 나오는 시즈닝이라니 이건 사야 해 하고 냅다 사 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국의 뿌링클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거고, 포장지에 '어니언'치즈 시즈닝이라고 쓰여있는 시점에서 이건 내가 기대하는 맛이 아닐 거다라는 예상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뭐든 도전은 아름다운 거다. 밑에 칼디라고 쓰여 있는 걸로 봐서는 칼디의 PB상품인 듯한데, 어디까지 구현을 잘해놨을지.
뭐에다 뿌려먹지 고민하다가 집 앞 카라아게를 파는 곳에서 테바사키를 구매해 여기다 뿌려먹었다. 시즈닝의 맛은 예상한 대로 치즈맛 불량식품 같지만 적절한 단짠비율로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오리지널 뿌링클의 맛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냥 어니언시즈닝에 치즈가 조금 발을 넣었다가 뺀 맛이었다. 차라리 롯데리아 양념감자 어니언 시즈닝에 가깝다면 더 가까울듯하다. 분명 뿌링클 치킨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먹어보지 않은 상품개발자가 뇌피셜로 이런 시즈닝이겠지 상상하며 만들었을 거다.
이 집 테바사키에는 원래 달달하게 양념이 되어있긴 한데, 시즈닝을 뿌려먹으니 시즈닝 더 맛이 강해서 원래 양념 맛은 잘 안 느껴지더라. 오리지널 뿌링클 파우더를 생각하고 먹으면 이건 아니지 싶지만 그냥 어니언치즈 시즈닝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또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 제품 말고도 시중에 파는 다른 어니언 치즈 시즈닝이 많은데 그 제품들과 차별화될 정도로 맛이 특출 나지도 않다. 역시 이런 건 마케팅인 거다. 뿌링클이라고 써놓으면 나 같은 사람들도 사게 되니까. 글을 쓰다 보니 뿌링클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먹을 수 없지. 다음에 한국 가면 꼭 먹고 돌아와야겠다.
일본에서 먹은 한국 음식 관련 다른 포스팅
'일본 > 음식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음식] 규카츠 교토 카츠규 (牛カツ京都勝牛) : 장어규카츠 (鰻牛カツ) 후기 (2) | 2023.08.29 |
---|---|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김치 리뷰 / 종가집 김치, 동원 양반 김치 (1) | 2023.08.22 |
제발 모두 다 먹어봤으면 좋겠는 일본 디저트 추천 / 교무슈퍼 냉동케이크 (業務スーパー冷凍ケーキ) (0) | 2023.08.12 |
[일본 스타벅스] 2023 여름 시즌 기간 한정 / GABURI 수박 프라푸치노 (GABURI スイカ フラペチーノ) (0) | 2023.08.10 |
생선,고기 숯불 구이 정식집 / 신파치 식당(しんぱち食堂) (1) | 2023.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