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본 살면서 한국음식을 잘 찾지 않았었는데, 우버 이츠가 사람 다 망쳐 놨다. 왜 이렇게 한국 치킨 종류가 많은 건지? 눈에 보인 이상 안 먹어 볼 수가 없기에 하나하나 부수면서 기록을 남기겠음. 기본적으로 우버 이츠를 통해 시키는 것이기에 가격은 기본적으로 매장에 가서 먹는 것보다 비싸다. 1마리 반반을 기준으로 대부분 3000~4000엔 사이이고, 반마리는 1000~2000엔 사이. 편의상 마리로 쓰기는 했지만, 마리보다는 그람이나 조각 수로 표현하는 가게가 많고, 순살이 대부분이라 무슨 부위가 올지도 모른다 ㅡㅡ...
일본도 일단 닭을 튀겨서 만드는 카라아게(唐揚げ)라는 요리는 있으나, 치킨과는 많이 다른 요리이다. 일본에서 치킨이라고 할 때 유명한 브랜드는 KFC 정도. 요리를 1도 몰라서 똑같이 닭을 튀긴 건데 어떻게 다를 수 있는 건지는 설명을 못하겠음. 못해요. 카라아게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일본에는 한국식 치킨 상호명을 달고 카라아게를 내오는 뻔뻔한 가게들이 많기 때문이다. 뭐가 다른지 설명을 못하는 거지 딱 보면 모르겠냐고요.
아무튼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괜찮은 한국식 치킨집을 찾는 여정을 기록해 보겠다.
첫 번째 타자는 바로 냠냠치킨(ニャムニャムチキン)이다. 이 치킨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 치킨으로 나름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 메뉴 : [냠냠 더블박스] 쵸래기소스 치킨(チョレギソースチキン), 블랙페퍼 치킨(ブラックペッパーチキン) 각 4조각
- 가격 : 1580엔 (Uber eats 기준)
쵸래기소스 치킨은 후라이드 치킨에 쵸래기 소스가 따로 오고, 블랙페퍼는 양념이 되어서 온다.
솔직히 쵸래기소스(참기름+마늘소스) 치킨은 너무 참신한 메뉴였기에 홀린 듯이 주문했고 은근 기대했는데, 소스가 애초에 따로 올 거면 그냥 후라이드를 시키고 소스를 사서 찍어먹지 왜 쵸래기소스 치킨을 시키겠냐고... 나중에 보니까 소스가 따로 간다고 쓰여있어서 다른 치킨들도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치킨이 소스 별첨. 이 치킨집이 보면 쵸래기 소스 치킨 말고도 소금 레몬 치킨, 일본풍 간장치킨 등 신박한 메뉴가 많던데, 이건 그냥 후라이드 한 종류만 준비해놓고 소스만 바꿔나가는 수준인 것이야... 아니 보통 후라이드를 베이스로 하기는 해도 양념에 따라서 조리를 다르게 한다거나 하지 않나? 양념을 버무리는 것뿐이라고 해도 보통 뜨거울 때 촵촵 버무려야 양념이 잘 베이는 거 아니냔 말이야...
그래도 블랙페퍼는 양념치킨에 후추가 뿌려져서 왔는데, 그마저도 너무 뜨문뜨문 묻어있었다. 그냥 반은 후라이드인 수준. 이 양념 치킨도 그냥 후라이드에 양념을 대충 바른 거 같았다.
튀김 옷의 크리스피 함을 강조해서 설명을 해놓았던데, 배달의 영향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바삭한지도 모르겠더라. 그냥 평범한 수준으로 무난하게 먹을만했다. 총 8조각 안에 부드러운 살도 퍽퍽한 살도 골고루 들어있었고, 치킨 덩어리는 하나하나는 작지 않았다는 게 좋았던 점.
확실히 카라아게는 아니고 치킨이긴 하나 메뉴가 너무 신박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게 맛있다면 존재가치가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딱히 맛있지도 않았다. 후라이드 하나로 모든 메뉴를 돌려 막고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이너스. 덕분에 한국식 치킨이라는 단어는 이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하고 고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집이 왜 우버이츠 평점도 좋고, 다른 치킨집에 비해 유명한 건지 이번의 경험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당신들은 속고 있다... 다시 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아마 다음의 경험은 없을 듯하다. 사실 다른 치킨집을 아직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절망 편은 다른 집이 아주 처참한 맛과 비주얼과 가성비를 지녀서 이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인다는 결론인데,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치킨을 먹다가 온 사람이라 기준점이 높아서 신명 나게 까기는 했지만, 기대 없이 먹으면 딱히 맛이 없지도 않은 음식이었다. 별 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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