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당(口福堂)은 카키야스혼텐(柿安本店)이라는 식료품 제조업체에서 런칭한 화과자 브랜드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과자라고 하면 화려하고 예쁘고 비싸지만 깜찍한 사이즈를 가진 고오급 일본식 디저트가 연상이 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화과자는 말 그대로 일본 전통 디저트를 의미하는 화과자라서, 주로 오하기(おはぎ), 당고(団子), 다이후쿠(大福), 오니만쥬(鬼まんじゅう), 도라야키(どら焼き) 등 소박하고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옛날 디저트를 판매한다. 구복당의 점포는 독립적인 매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주로 쇼핑몰의 지하 식품관 한편에 점포가 설치되어 있는 형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하는 화과자는 대부분 점포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수제라서, 설치된 매장 한편에 음식을 만드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대부분 만들기가 간단하고 재료도 많지 않은 음식들이라서 그게 가능한 것 같다.
구복당(口福堂)을 일본어 발음으로는 '코우후쿠도우'라고 하는데 여기에 '코우후쿠(口福)'가 행복(幸福)의 일본어 발음과 동일해서 '행복당(幸福堂)'으로 읽힐 수 있도록 말장난식으로 지은 이름 같다. (진짜인지는 모른다. 나의 뇌피셜임) 한국식 음독으로 옮기면 의미가 없어지지만.
암튼 구복당은 내가 꽤 좋아하는 가게라서 기록해 보겠다. 우리 동네에는 없지만 옆동네에 가면 있기 때문에 종종 놀러 갈 때마다 꼭 들러서 오하기나 다이후쿠를 바리바리 사 온다. 생과자라 금방 먹어야 해서 쌓아 놓을 수는 없지만 하루 이틀 치 사 와서 야금야금 먹음. 증말 소소한 행복...
오하기(おはぎ)
오하기는 찹쌀을 으깨지 않고 떡처럼 뭉친 다음에 가루나 앙금으로 덮어서 먹는 음식이다. 레귤러로는 인절미 가루(키나코, きなこ), 검은깨(쿠로고마, 黒ごま), 통팥앙금(쯔부앙, つぶあん)이 있고, 타이밍을 모르겠는데 가끔 완두콩(즌다, ずんだ), 봄에는 벚꽃(사쿠라, 桜) 가을에는 밤(쿠리, 栗) 등 시즌에 어울리는 맛을 기간 한정으로 판매한다. 구복당의 좋은 점은 가루로 맛을 내는 인절미, 검은깨의 경우 가루를 듬뿍듬뿍 넣어 준다는 점이다. 가루도 그렇고 앙금도 그렇고 디저트답게 단맛이 강한 편이다. 어떤 점포는 가루만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거를 맛없이 다 맛있음. 그래도 내 취향상 최애는 검은깨 오하기, 그다음이 완두콩 오하기이다.
- 통팥앙금 오하기(つぶあんおはぎ) : 세금 포함 129엔
- 인절미 가루 오하기(きなこおはぎ) : 세금 포함 129엔
- 히메 오하기(姫おはぎ) - 1/2 사이즈 오하기 3종 세트 : 세금 포함 300엔
사쿠라 오하기는 묘하게 단짠이 있었음. 비주얼은 먹을 것같이 안 생겼지만 맛있었다. 일본 사람들도 벚꽃은 소금 절임파 설탕 절임파로 나뉘는데, 강경파가 아닌 이상 양쪽 다에게 먹힐 맛이라고 생각함. 무난하게 벚꽃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거다. 벚꽃 맛이 뭔지 모른다면 화장품을 먹는다고 상상해 본 후 괜찮겠다 싶으면 도전해 보면 된다.
밤은 워낙 앙금으로 먹으면 맛있어서 안정의 존맛탱이다. 밤 앙금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상품 개발해서팔아 줬으면 좋겠다.
구복당에서는 히메 오하기(姫おはぎ)라고, 일반 오하기의 절반 사이즈 오하기를 3종 세트로 판매한다. 히메 오하기라는 이름은 구복당에서 붙인 이름인 걸로 알고 있다. 종류는 날마다? 시즌마다 바뀐다. 최근에 갔는데 듣도 보도 못한 귤 오하기(みかんおはぎ)가 포함되어 있어서 구매해 봤다. 그냥 보면 괴식 같은데 적당히 달고 귤 향도 느껴지는 앙금이 찹쌀이랑 묘하게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또 딱히 맛없지는 않았다.
이건 오하기는 아니고 사쿠라 모찌인데 봄이 되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는 일본 전통 음식이다. 구복당에서도 팔아서 사 먹어 봄. 오하기처럼 찹쌀을 뭉쳐 떡으로 만든 형태인데, 다른 앙금으로 감싸지는 않고 그냥 벚꽃향을 첨가한 음식이다. 소금에 절인 벚꽃이 올라가 있음. 냠냠
다이후쿠(大福) / 찹쌀떡
다이후쿠랑 우리나라의 찹쌀떡은 다른 것 같은데 비슷해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먹은 거니까 그냥 일본어 표기로 다이후쿠라 하겠음. 레귤러 메뉴는 일반적인 흰 찹쌀 반죽 떡에 통팥앙금이 들어있는 다이후쿠랑, 쑥떡 반죽에 통팥앙금이 들어있는 쿠사 다이후쿠, 다이후쿠를 반 갈라서 딸기를 꽂아 놓은 딸기 다이후쿠(통팥 つぶあん, 으깬 팥 こしあん 선택 가능)가 있다. 통밤을 꽂아 놓은 밤 다이후쿠도 있는데, 이게 레귤러인지 출현 빈도가 잦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하여튼 자주 보이긴 한다. 그리고 오하기랑 마찬가지로 시즌에 어울리는 기간 한정 다이후쿠에는 거봉 다이후쿠, 샤인 머스켓 다이후쿠 등이 있다. 사용되는 과일들이 그 자체로 특출 나게 맛있는 건 또 아니지만 그냥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괜찮다. 떡 자체도 맛있고, 현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신선해서 그런 것 같다.
- 딸기 다이후쿠(いちご大福) : 세금 포함 388엔
- 밤 다이후쿠(栗大福) : 세금 포함 302엔
오니 만쥬(鬼まんじゅう)
고구마를 먹기 좋게 각지게 잘라서(角切り) 밀가루랑 뭉쳐서 만드는 만쥬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이모 만쥬(芋まんじゅう)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오니 만쥬라는 이름은 울퉁불퉁한 표면이 오니(鬼, 일본의 도깨비 같은 것)의 뿔이나 방망이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레귤러 메뉴에는 밤이 안 올라가는데 가을 시즌 메뉴로 밤도 같이 송송 박힌 밤 오니 만쥬가 있길래 먹어 봤다. 반죽이 부드러운 재질도 아니고 고구마에 밤까지 더해져 목 막히는 식감이지만 은은하게 달달한 게 우유랑 같이 맛있게 먹었다.
- 오니 만쥬(鬼まんじゅう) : 세금 포함 216엔
당고 (団子)
당고도 시즌에 맞춰서 귀여운 당고들이 많이 나온다. 벚꽃시즌에는 사쿠라당고, 겨울철엔 딸기우유 당고, 할로윈이면 할로윈 당고 등
레귤러로는 미타라시 당고, 쇼유(醤油, 간장) 당고, 키나코(인절미 가루) 당고, 쿠사 당고(쑥떡+통팥앙금)를 팔고 있다. 당고도 인절미 가루를 듬뿍듬뿍 올려주는 키나코 당고가 최애였는데, 최근에 쿠로미쯔키나코(黒蜜きなこ, 흑당 인절미 가루) 당고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내 최애 자리에는 고대로 쿠로미쯔키나코 당고가 차지하게 됨. 키나코 당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흑당 소스 + 키나코가 듬뿍 올라간 당고다. 단 거 좋아하면 꼭 먹어보기
※꿀팁※ 생과자이기 때문에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해야 해서, 가게 마감시간쯤에 가면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나는 옛날 디저트 중에서도 오하기를 좋아해서 굳이 구복당이 아니더라도 접근성 좋은 마트 식품코너에서 오하기를 가끔 사 먹는데, 마트에서 파는 오하기는 인절미나 흑임자(검은깨)같이 가루를 묻히는 오하기보다 완두콩이랑 통팥같이 앙금을 칠하는 오하기가 먹을만하다. 가루를 묻힌 오하기의 경우, 가루의 양이 적어서 찹쌀의 양과 균형이 안 맞아 그냥 찹쌀만 먹는 것 같을 때가 있음. 앙금은 그래도 나름 두껍게 발라져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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