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치즈볼을 먹고 실망감에 자체적으로 기억을 삭제(삭제한 기억은 여기)한 후, BBQ치킨에서는 다른 거 말고 치킨을 먹자고 다짐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BBQ치킨을 사 먹게 되었는데, 나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으므로 이번에는 사이드 메뉴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치킨으로 직진했다. 지금 일본 BBQ치킨은 치즈 페어(해당 페어 홈페이지)를 하고 있는데, 기간 한정으로 올리브 치킨 핑거(닭가슴살과 안심살을 손가락 모양으로 길게 튀긴 순살 치킨)에 치즐링 파우더 또는 양념소스 뿌려 치즈 퐁듀와 세트로 판매하는 메뉴가 있다. 가격은 10개에 1200엔. 나는 그중에서 치즐링 파우더를 뿌린 올리브 치킨 핑거를 포함한 치즈 퐁듀 치킨 박스를 구매해서 먹었다.
실제 제품은 상품페이지처럼 가지런하고 예쁘게 정렬된 길쭉한 치킨의 비주얼은 아니었고, 제멋대로 생겨먹은 손가락들이 도착했지만 어차피 배에 들어가면 똑같으니 그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치즐링 파우더 뿌려진 양...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치킨 핑거 10개를 다 먹었지만 결국 나는 치즈 파우더의 맛을 느끼지 못했고, 향조차도 너무나 은은해서 이건... 일반 올리브 치킨 핑거가 아닐까 하고 끝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컨디션이었다. 내가 시키는 지점에서 요즘 이벤트로 올리브 치킨 핑거 12개에 990엔으로 팔던데, 이런 상태일 줄 알았으면 올리브 치킨 핑거랑 치즈 퐁듀(250엔)를 따로 주문해서 먹었을 거다. 올리브 치킨 핑거 자체의 맛은 특별할 것 없는 무난한 맛이었는데, 만들고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 건가 어떤 부분은 바삭하고 어떤 부분은 눅눅해서 식감 편차가 심했다. 그래서 튀김옷 스타일은 튀김옷이 꽤 두꺼워서 일관성 있게 바삭한 KFC 크리스피가 내 취향에 좀 더 맞았다. (KFC 크리스피도 닭가슴살/안심살 튀김으로 알고 있음)
그리고 이 세트에는 치즈 퐁듀 소스가 세트로 포함되어 있는데, 치즈 퐁듀 소스의 양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적었다. 소스 용기는 무식하게 큰 주제에 정작 들어있는 소스는 0.3cm 정도였다. (리터럴리 0.3cm) 이럴거면 그냥 용기라도 좀 작은 사이즈로 해 주지 지구 아프게 왜 쓸데없이 큰 건지 모르겠다. 치킨 핑거를 찍어 먹을 공간을 주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그 치킨 핑거도 정확히 4개를 찍어 먹으니 소스가 그냥 사라졌다. 그래서 치킨 핑거 6개는 은은한 치즐링 파우더의 향과 콜라를 반찬으로 먹었다. 치즈 퐁듀 소스는 딱히 크림 같은 제형의 소스도, 그렇다고 100% 치즈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무언가 였는데, 여러 가지 치즈를 섞어서 만든 소스 같았다. 딱히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았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BBQ치킨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하나 더 적립했고, 앞으로 웬만하면 찾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직 투 스트라이크이기 때문에 완전히 아웃은 아니고 한 번의 기회를 더 남겨 놓으려고 한다. 타이밍을 봐서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보고 그때도 아니다 싶으면 삼진아웃처리를 하겠다.
새삼 궁금해진게 갈라파고스 일본에서 나름 이렇게 점포를 많이 확장했다는 것(수도권만 16개)은 어느 정도 현지화에 성공을 했다는 건데, 이런 스타일의 치킨을 일본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일까? 판매 방식이나 가격을 보면 다른 일본 가게들과 차이가 없어서 그 점은 현지화가 완벽하게 되어있다는 건 알 것 같은데, 메뉴도 한국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메뉴의 현지화 방향성을 어떤 식으로 잡고 운영하고 있는 건지 노하우가 궁금하다. 나야 뭐 한국의 비비큐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비교를 하니까 불만이 있는 거고, 그거랑은 별개로 외국기업 들어오면 현지화 못 시켜서 다 망한다는 일본을 대상으로 한국 출신 기업이 장사를 이렇게 확장시키고 있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씨게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이 있을 수는 있어도, 이 정도의 현지화 기술이라면 일본 기업에서 상표권을 사서 전개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긴 한다. 흠... 나중에 알아봐야지 재밌겠다.
일본 BBQ치킨 치즈볼 후기에 대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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