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 음식일기

홍대/연남 맛집 : 퓨전 음식점 오이지 Oiji 연남 방문 후기

아케님 2024. 2.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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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한국 방문 서울 구경 시리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홍대의 오이지 연남이라는 한식 퓨전 음식점 후기를 써보겠다.

오이지 연남

간판에 오이지라고만 쓰여있는 거 보면 상호명은 그냥 오이지인 것 같은데 지도에는 오이지 연남이라고 뜬다. 대학로에 있는 게 오이지 대학로. 이번에 방문한 건 오이지 연남. 홍대입구역에서는 가까운 모양이지만 이번에 우리는 홍익대학교 정문 쪽에 차를 대고 가게까지 걸어가서 거리가 꽤 되었다. 홍대~연남이 이렇게 넓은지 몰랐던 자의 최후.

오이지

가게는 그렇게 넓지 않았는데 깔끔하고 쾌적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깨끗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메뉴들은 기본적으로 한식인데 다 독창적으로 어레인지가 된 말 그대로 퓨전 한식. 뭘 시킬까 고민을 하다가 흑임자 크림 수제비랑 명란 치즈 순두부, 꼬막 비빔밥을 주문했다. 보통 수제비나 순두부라고 하면 한 냄비에 끓여 나오는 2~3인분 정도의 양을 생각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것도 양이 많을까 걱정을 하며 시켰다. (4명이었음) 그런데 직원분이 와서 1인 1메뉴라고 안내를 해주셔서 왕소갈비를 추가.

메뉴가 다 나오고 보니 양 걱정은 아주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1인 1메뉴가 가능하도록 1인분 사이즈의 음식들만 나오는 것이었다. 하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요새 물가에 연남에서 밥을 먹는데 만 사천 원에 2~3인분을 기대하는 게 더 양아치 같기는 하다. 그래도 주문 전에 양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적절한 안내가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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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음식은 전반적으로 다 신기한 맛이었다. 맛있냐 맛없냐고 물으면 맛이 없지도 있지도 않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이번에 먹은 대부분의 메뉴가 처음 먹어보는 맛의 조합들이라 신기하다는 감상이 가장 강렬했고, 이게 입맛에 맞을지 말지는 이제 취향의 영역이겠지만 나는 그냥 무난했다. 누가 가자고 하면 그랭 거기 나쁘지 않지 하고 따라는 갈 정도?

일단 흑임자 크림 수제비는 뇨끼와 리소토와 도리아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맛. 흑임자 맛은 생각보다 안 났고 오히려 치즈맛이 강했다. 치즈의 실타래가 애매하게 계속 딸려 올라와서 먹기 좀 불편하기도 했다. 크림 파스타류를 좋아한다면 취향에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름 많은 고기류랑 같이 먹기는 좀 과할 수도 있다. 

흑임자 크림 수제비

그다음 메뉴 오이지의 특제 소스를 사용한다고 하는 꼬막 비빔밥. 꼬막 비빔밥이라고 하면 응당 상상하는 맛이 있는 법인데 오이지의 꼬막 비빔밥은 상상하는 맛과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시원하고 고소한 간장베이스의 소스일 테지만, 오이지의 특제소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스의 그 어떤 요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막입이라서 솔직하게 말하면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더라. 예상과 전혀 달라서 으엥?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그게 생각보다 더 알 수 없는 맛이어서 그냥 익숙한 맛이 더 좋아... 하고 후퇴. 꼬막은 자체는 알이 크고 식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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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비빔밥

그다음 명란 치즈 순두부찌개. 나는 오히려 일본에서 많이 본 메뉴. 일본은 순두부찌개에 별별 토핑을 다 해서 먹기 때문에 당연히 명란 치즈 순두부도 있다. 심지어 꽤 흔하다. 일본에 어레인지 되어 수출된 한식을 다시 한국에서 먹는 기분은 참 오묘했다. 근데 사실 일본의 명치순도 그렇지만 명란의 존재감은 간으로 기분만 내고 치즈 순두부찌개를 먹는 것 같다고 보면 된다. (내 미각이 둔해서 그런 걸 수도 있음) 이것도 무난하게 맛있었다.

명란 치즈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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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왕소갈비. 매우 부드럽게 잘 구워진 고기였다. 소갈비는 맛없기 힘들기 때문에 딱히 감상이 없다. 그냥 맛있었다. 기름이 사방팔방으로 튀는 건 좀 조심하는 게 좋고, 시키려면 다른 메뉴와의 조합을 봐가면서 시키는 게 좋다. 이번에 우리는 별생각 없이 크림이 들어가는 메뉴, 치즈 들어가는 메뉴와 함께 먹어서 좀 느끼하다고 다들 한 마디씩 했기 때문에...

오이지 왕소갈비

지금 생각해 보면 식사를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가볍게 술 마시러 가는 곳인가 싶기도 하다. 점심쯤에 갔는데 다른 테이블은 벌써부터 술 한잔씩 걸치고 계셨던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찌개나 수제비 같은 건 괜찮은 안주가 될만한 메뉴들이지 않나? 사실 술을 마시러 가는 곳에서 너무 식사만 하고 왔나? 뭐 어때. 아무튼 입맛에 완전히 맞지는 않았지만 재밌는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사실 여기서 입맛에 너무 맞아도 곤란하다. 일본에 돌아가서 매일 그리워할 수밖에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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