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잠깐 한국에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올 때 김포 국제공항을 이용하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건 처음인데 (그냥 잊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러워서 앞으로도 한국을 오갈 때는 김포공항만 이용하고 싶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좋은 점
- 지리적 접근성이 좋음 :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30-4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KTX나 SRT를 이용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가는 가는 사람들 입장에서(근데 웬만한 서울경기권 사는 사람들도 이건 해당될 듯) 인천공항보다 가깝다. 리무진 버스는 확실히 인천공항 차편이 많지만 본인 버스 너무 시간 오래 걸려서 못 참음. KTX 짱
- 이동 동선이 크지 않음 : 인천 공항에 비해 공항 규모가 작기 때문에 탑승동이니 뭐니 구분이 없어서 이동범위가 굉장히 좁다
- 뭐든 대기 시간이 적음 :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어지럽지 않고 대기 시간도 길지 않다
김포 국제공항 국제선 청사는 1층이 도착(입국장), 2층이 항공사 카운터, 3층이 출발(출국장)로 구성되어 있다. 공항철도를 타고 국제선 건물로 안내판을 따라 이동을 하면 1층에 도착하게 된다.
내가 출국하는 날 동생네가 공항까지 배웅을 와줘서 1층에서 합류를 했는데, 1층에 2023 SEOUL WELCOME WEEK라는 부스가 운영되고 있어서 구경을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관광 활성화(?) 행사 인듯한데, 정작 관광객은 한 명도 없어서 우리만 재밌게 놀다 왔다.
방탄소년단 멤버분이 광고를 하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일본에서도 유튜브를 보다 보면 가끔 서울 광고가 나오는데, 아마 서울 홍보대사신 듯하다. 여기 쓰여있는 在首尔的快乐记忆정도의 중국어는 이해할 수 있는 거 보니 아무리 공부를 안 했다지만 HSK 4급에 괜히 붙은 건 아닌 듯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복체험, 네일아트 체험 등 몇 개의 컨텐츠가 준비되어 있지만 이 부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이 오락실 게임기다. 무료로 몇 백 종류의 오락실 게임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 코인 무제한이라 죽어도 계속 이어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릴 적 꿈의 게임기 실존.
다른 게임은 하나도 못하면서 테트리스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동생과 테트리스를 붙었다가 깔끔하게 패배x10하고 나 안 해! 하고 도망쳤다. 어릴 때 우리 집안에 부모님을 시작으로 테트리스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테트리스가 이 녀석의 인생게임이 되었다. 요즘에도 종종 온라인 테트리스를 하면서 실력이 녹슬지 않게 수련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나도 한 실력 했었는데 이제는 상대도 안 되는 걸 보며 역시 사람은 꾸준함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그렇게 도망쳐 나와서 2층으로 왔다. 사실 나는 온라인 체크인을 해서 티켓팅을 할 필요도 없고 위탁수하물도 없었기 때문에 2층에서 볼일은 따로 없었다.
그래서 그냥 2층에 있는 공차에 가서 동생네와 이것저것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공차는 일본에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한번 가봤는데 뭘 먹었는지, 맛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그래서 동생이 추천해 주는 음료를 먹었다. 우롱차에 밀크폼을 올리고 밑에는 코코팜에 들어있는 나타데코코가 추가된 음료였다. 밀크폼이 단짠단짠이라 진짜 맛있더라.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서 출국 1시간 30분 전쯤 3층으로 올라가 동생네와 사진 몇 장을 찍고 빠빠이 하고 보안 검색대로 들어갔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금방 탑승구 지역에 도착을 했다. 출발 1시간 전쯤에 헤어졌어도 제 시간 내에 충분히 들어왔을 듯했다. 안쪽에는 명품 브랜드들이 몇 개 입점해 있고 그나마 커다란 종합 면세점은 실라 면세점과 롯데 면세점 2개였다. 회사사람들 용 오미야게로 뭘 사갈까 고민을 하며 면세점을 구경 중이었는데, 직원분이 '제주 생감귤 화이트 초코'라는 걸 추천해 주셔서 구매했다. 맛있더라.
탑승구 앞에 대기하는 곳마다 이렇게 유무선 충전기 기계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건 인천공항에도 비슷한 게 있긴 한데, 일본 공항에는 없어서 역시 한국,, 을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요걸로 폰을 충전하며 기다리다 보니 금방 출국시간이 되어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김포공항의 단점이라면 역시 인천공항보다는 규모가 작아 면세점이나 카페, 음식점, 명품샵, (왕가 행렬, 가야금 연주, 라이엇 아케이드 같은) 각종 콘텐츠 등 즐길거리가 적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몇 년에 한 번 어디 멀리 여행 가려고 공향을 이용하는 게 아닌, 비행기나 얼른 탔으면 좋겠는 비즈니스맨들이나 유학생 등 해외 거주자들 같은 경우는 김포공항 같이 편의시설은 딱 있을 것만 최소한으로 있고 본래 목적인 입출국~탑승이 편한 공항을 이용하는 게 더 만족도가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인천공항보다 취항 항공사와 노선, 비행 시간대가 다양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서 앞으로 이용할 기회가 자주 있을까 싶기는 하다. 김포공항은 주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같은 각 나라의 국적기만 오가고, 시간대도 이상한 시간대 없이 아침, 점심, 저녁 이런 식으로 애매하지 않고 번듯한(?) 시간대가 많아서 그만큼 항공권 가격이 비싸다는 인상이 있다. 일본-한국 사이 노선도 주로 하네다-김포 노선이 많은데, 나리타-인천 노선에 비하면 가격이 거의 1.5배~2.5배 정도다. 하네다도 도쿄에 있는 공항(나리타는 치바임)이라 어떻게 보면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돈 주고 사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돈 많이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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