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일기

#사진 주의 / 전치 2주 발목 염좌 이벤트 발생

아케님 2024. 2.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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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월의 어느 화창한 토요일. 신주쿠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어디를 가서 놀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식당을 나서던 그 순간... 식당 문 바로 앞에 있는 단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발을 내디뎌버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는데. 정신 차리지 않고 발을 내디딘 죄로 발목을 있는 힘껏 꺾여 길 한복판에 나자빠진 내 꼬락서니가 웃긴데 웃음이 안 날 정도의 고통을 하사 받게 되었다.

사실 나는 좀 많이 아프긴 한데 이런 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상 아님?이라는 감각이었기 때문에 그냥 놀러 가자 싶었지만, 같이 있던 동생이 운동이 업인 친구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바로 병원을 가자고 다그쳐줘서 (고마워) 신주쿠에서 토요일에 진료를 보는 정형외과를 찾아 택시로 이동. 이과정에서도 걍... 걸어가면 될 거 같은뎅ㅎㅎ; 했다가 동생한테 혼남 (고마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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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진료 보는 병원이 흔치 않았는데 겨우 한 곳 찾은 곳에 갔더니 완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병원이었다. 그래도 말이라도 해보자 싶어서 데스크에 가서 저 방금 발목 삐어서 급하게 진료보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ㅠ 하고 우는소리를 했더니 정말 너무도 감사하게 접수를 받아주셨다. 예약제인지라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기다리실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길래 관둘까 했는데 또 동생이 얌전히 기다리라고 해서 (고마워3) 얌전히 문진표를 작성하고 접수를 했다. 내가 접수하는 동안 편의점에서 얼음도 사다 줘서 얼음찜질도 함. (진짜... 고마워4)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하고 대기실에 멍하니 앉아있던 중 10분인가 15분도 안되어서 부르길래 뭐지? 했는데 바로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봐주셨다. 진짜 너무너무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했다. 암튼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시고 초음파로 발목을 좀 보시더니 뼈에는 문제없고, 염좌입니다! 하고 엄청 경쾌하게 말씀해 주셔서 좀 웃겼다. 서포터 착용하고 최소 2주 동안 최대한 움직이지 말라고, 웬만하면 걷지도 말라고 하시더라.

# 깨알 tmi: 일본에선 엑스레이를 렌토겐(レントゲン)이라고 한다

간호사 선생님이 서포터 착용하는 방법 알려주셔서 배웠고, 아직 다친 지 얼마 안 되어서 멀쩡해 보이는데 곧 발목 부을 거니까 최대한 차갑게 해 주라고 하셨다. 진료비는 4500엔쯤 나왔다. 비싼가 싶어도 당일 접수받아준 거랑 예상보다 대기 시간 짧았던 거 생각하면 너무 감사할 뿐이었다. 2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할 때 관뒀으면 너무 억울할 뻔했다.

진료비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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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먹는 소염진통제+소화제랑 붙이는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이 조합... 익숙하다. 작년 여름쯤이었나? 일본에서 오랜만에 태권도 배운다고 1시간 동안 발차기를 너무나 과하게, 있는 힘껏 차버린 죄로 무릎에 물이 찼을 때 이 조합으로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제발 좀 몸을 소중히 하도록.

처방약

이날은 이렇게 약을 타고난 후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몇 번이고 주저앉고 싶은걸 겨우 참고 집에 도착해서 쓰러질 수 있었다. 대체 다치고 난 직후엔 무슨 정신머리로 계속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동생은 내 발목의 은인이다. 이날 진통제 먹고 자는데 밤에 발목이 아파서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이렇게 아플 수 있나 싶게 아프던데 이게 맞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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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첫날~둘째 날 고비를 넘기니 통증은 많이 사라졌고 이렇게 발목~발등에 멍이 시퍼렇게 들기 시작했다. 한 5일까지는 점점 멍이 커지고 진해지다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아직 남아있지만 보기 흉할 정도는 아니다.

부상 후 다다음날... 반대편도 이지경임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하고 절뚝대는 중인데, 완전히 나으려면 2주 더 갈 거 같다. 그래도 가까운 거리 걷는 건 참을 만 통증 수준에서 끝나서 편의점 정도는 갔다 올 수 있다. 하루 발목에 체력이 정해져 있는 느낌인데 체감상 지금 발목체력은 약 700미터 안팎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건 사축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아무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신체적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분에서 그저 불편할 뿐이라고 느끼는 데에서 그친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일인 것 같다. 다치긴 했지만 참 감사하다고 느낀 순간이 오히려 더 많아서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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