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 마라탕 유행이 시작하기 전에 일본에 와서, 소식으로만 마라탕이라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케이스라서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마라탕에 대해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대역병이 창궐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한 번 한국에 놀러 갔을 때, 처음으로 동생과 친구가 마라탕 집에 데려가 줘서 마라탕을 먹어보게 되었다. 처음 먹어본 소감은 대학 다니던 시절 중국인 유학생 동기가 연구실 나베 파티할 때 해주던 훠궈랑 비슷한 음식이구나... 나는 사실 마라탕을 알고 있었구나... 였지만, 그 뒤로 일본에 돌아와서도 이상하게 한국에서 먹은 마라탕이 가끔 생각나서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마라탕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나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마라탕 집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위생상태도 맛도 재료도 괜찮았던 곳이 치빠오 마라탕 (七宝麻辣湯, チーパオマーラータン)이다.
점포가 7군데에 있는데, 대부분 도쿄에 위치해 있어서 근처에 갈 일이 있을 때 몇 번 들려서 먹어봤다. 한국과 비슷하게 재료를 골라서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긴 한데, 무게로 계산을 하지 않고 토핑 개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기본금액으로는 당면 사리+토핑 3개까지 선택이 가능하고, 그 뒤로는 토핑이 추가될 때마다 1nn엔씩 추가. 맵기도 선택이 가능한데 특정 맵기 정도 이상을 추가하려면 추가금액이 든다. 또, 지점마다 다르지만 면의 종류(중화면, 두부면 등)도 변경이 가능하고, 수프의 맛/종류(똠 양 꿍, 앙카케, 달걀 수프 등)도 변경이 가능했다. 물론 추가 요금 있음... 솔직히 싼 가격은 아니라서, 토핑을 양껏 넣는다거나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대충 토핑 2~3개 정도 더 추가해서 1000엔 중반대 정도로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적당하다고 느꼈다.
지점마다 다르지만 토핑 종류가 생각보다 있을 건 다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나의 기대치가 애초에 낮을 것일 수 있음). 한국에서 마라탕을 한 번 밖에 안 먹어 봤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종류가 적지 싶다. 맛이 있기는 한데 매운 정도가 일본인 입맛에 맞게 마라의 매운 느낌만 낸 정도라서 솔직히 한국에서 먹었던 마라탕 & 중국인 동기가 해준 훠궈와는 좀 차이가 있긴 하다.
중국인 친구가 해준 훠궈가 하이디라오 소고기 훠궈 소스를 넣어서 해줬던 건데 (물어봄), 차라리 그 소스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 게 원하는 매운맛은 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스로는 절대 1인분만 만들 수 없고, 일주일 내내 마라탕을 먹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마라탕 집을 가서 사 먹는 게 역으로 이득이지 않을까.
맨 밑에 사진은 상호명이 치빠오 마라탕이 아니었는데, 그릇은 치빠오 마라탕 거를 사용하고 있고 시스템도 그대로였다. 예전에는 프랜차이즈였는데, 장사가 잘돼서 독립을 한 건가... 뭔가... 사연이 궁금하지만 진실은 미궁 속에. 암튼 가끔 생각나서 먹고 싶은 이상한 음식이다. 일반적인 중국 음식점에서는 이렇게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마라탕이라는 메뉴가 있던데, 그런 마라탕은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함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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