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팅에 앞서...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경제도, 부동산도 잘 모른다. 모릅니다. 그냥 일반 성인 평균의 경제 상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지금 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 1의 입장에서 끄적거린 내용일 뿐이다. 철저하게 내가 아는 선에서만 적는 거라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부족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는 알려주면 고마워하것습니다.
내 취미생활 중 하나, 언젠간 내 부동산이 되기를 바라며... 부동산 앱에서 멘션 매매가 보기 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번엔 그 취미 생활에 대해 기록해 보았다. 매매가를 보면서 주택대출(주택론, 住宅ローン) 견적을 안내 볼 수 없으니 일본 대출과 금리 얘기도 좀 하고.
일본의 집에는 주택, 멘션, 타워 멘션, 아파트 등 여러 형태가 있지만, 이 포스팅의 주어는 멘션/타워 멘션(고층 멘션)이다. 한국으로 치면 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처럼 대단지 아파트가 주류는 아니고 나 홀로 아파트의 형태가 많다. (일본에서 말하는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한국의 빌라 느낌)
매물 찾기
일본 부동산 매물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소개하면 이런 곳들이 있다.
이거 말고도 더 많긴 한데, 이 정도만... 매매 위주 거래, 임대 위주 거래, 리모델링 구축 위주 거래 등 분야 별로 유명한 사이트가 있긴 한데, 위에 리스트 업 해 놓은 사이트들은 모든 종류의 물건들을 다루고 있는 사이트들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SUUMO가 가장 편하고 익숙해서 SUUMO를 많이 쓴다. 전부 핸드폰 앱도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도 이런 인터넷 매물 사이트는 허위매물도 많고, 반대로 사이트에 올라와 있지 않은 직접 부동산에 가야 알 수 있는 매물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계약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엔 그냥 시세 참고 정도만 하는 게 좋다.
구축의 경우 그동안 매매나 임대 기록, 주변 시세 변화 추이 등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 LIFULL HOMES 부동산 아카이브라는 곳이다. 나는 SUUMO에서 맘에 드는 구축 물건이 있으면 이 사이트로 넘어와서 물건 이름을 검색해 매매나 임대가 얼마나 활발한지(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리고 같은 페이지에서 이렇게 보도권의 생활환경이 어떤지 점수를 매겨주는데, 나 같은 경우 이 점수는 그냥 참고만 하고, 구글 맵에서 직접 멘션을 찍어보고 주변 교통수단/상업/학업 환경 등을 확인해본다.
그리고 멘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도 있는데, 관심 있는 물건이 있으면 검색해 본다. 해당 멘션에 대한 스레가 세워져 있으면 유저들을 통해 이것저것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본의 집 내부와 주변 환경에 따른 집 값
(한국과의 차이 위주)
내부
일본은 집의 크기를 평수보다 평방미터(m2) 또는 조(畳)라는 단위를 많이 쓰지만, 아래의 예시와 같이 평수를 같이 기재해 주는 경우도 있다. 쓰여 있는 면적은 전용면적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방구조를 표현하는 형식은 2LDK처럼 좀 특이한데, 각각 의미하는 바는 이하와 같다.
- 숫자=방 개수
- L=거실(리빙)
- D=식당(다이닝)
- K=부엌(키친)
- S=서비스룸(서비스)
따라서 2LDK의 경우「방이 2개, 거실, 식당, 부엌이 나누어져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일본 사람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옵션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 욕실과 화장실 분리
한국인인 나는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일본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형태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 근데 일본에서 이렇게 살다 보니 확실히 이게 편하긴 함. - 택배박스
아직도 F2F로 택배를 주고받아야 하는 나라(사람 없으면 도로 가져감)가 코로나로 택배박스의 편리함을 알아버렸다. 매뉴얼의 나라가 택배 수취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택배 받는 방법을 바꾸는 게 더 빨라서 거의 필수 옵션이 되어버렸다. - 24시간 쓰레기 배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일본 가정에서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옵션이다. 이거 없으면 요일별로 분리수거 신경 써야 함. - 식기세척기,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 (システムキッチン、ディスポーザー)
주부들이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옵션이다. 묻따말
외부
일본 부동산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역세권인가,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는가(한국식으로 말하면 초품아인가ㅋㅋㅋ), 치안이 좋은가 등 이런 당연한 소리는 치우고, 환경에 있어서 한국과 조금 다른 기준이 있다면 ① 사고 물건인가 ② 재해로부터 안전한가 가 집값에 크게 반영이 된다는 점이다.
① 사고 물건인가
이 항목의 경우 매매보다는 구축 임대에 영향을 많이 준다. 간단히 말하면 그전에 살던 사람이 죽은 경우(자살이든 타살이든) 그 물건은 사고 물건으로 분류가 되어서 반드시 다음에 들어올 사람에게 이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경우 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반값 정도 싸진다. 사고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오오시마테루(大島てる)라는 사이트가 있다.
② 재해로부터 안전한가
일본은 알다시피 지진이 많은 나라라서 건축구조가 목재인지, 철근콘크리트인지, 철근철골콘크리트인지, 철골 구조인지 등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고 집값에 반영이 되지만, 지진 이외의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집값에 반영이 많이 된다. 모든 환경이 괜찮은데, 이상하게 주변시세보다 가격이 많이 낮은 물건이 있다? 그러면 무조건 해저드 맵을 켜보기를 바란다. 분명 고도가 낮고 주변에 강이 있어서 침수피해가 있는 지역이거나, 바다가 있어 쓰나미의 위협이 있는 지역, 또는 지반이 약해서 토사재해가 일어나기 쉽고, 지진의 영향이 클 건물일 가능성이 크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걸러 듣기)
위에서 말한 일본인들의 기준은 당연히 고려해야 마땅하다. 거기에 추가로 내가 일본 살면서 느낀 점에 기반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되거나 추가로 고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써보겠다. 뭣도 모르는 사람이 쓴 거니까 적당히 걸러 듣자.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 일본에 살면서도 집을 한 번 샀다고 해서 영원히 내 집이라는 감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좋아할 만한 집(나중에 거래가 잘 될 만한 집, 월세 수요가 있을 만한 집)을 고르는 게 나의 첫 번째 기준이다. 또, 일본은 가족을 이룬 사람들이 집을 매매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많은 기준이 '아이'에 맞춰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모든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멘션을 찾기는 힘들고, 있어도 내가 원하는 지역을 고르면 십억이 넘어간다. 당연함. 다들 이 집 좋은 거 알고 있음 ㅠㅋㅋㅋ
- 되도록 분양 중인 신축 멘션
신축이 분양이 될 때는 가격이 상당히 높게 책정이 되지만(일본인들 감각으로는 토지 가격을 고려해도 신축 → 축년수 20년 정도까지는 가격이 100% 하락한다고 보는 듯), 건설사에서 분양을 진행하다 보니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안 나간다. 그리고 일본 멘션 월 고정지출에 많은 값을 차지하는 것 중 '관리비'와 '수선 적립금'이라는 게 있는데(거의 10만 원~많게는 40만 원대 이상까지도 나감), 이 금액들은 멘션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비싸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신축을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역세권이 아니고 후미진 곳에 지어지기 때문에 치안이 좋은 경우가 많이 없고, 주택의 경우 (요즘에는 보급형 주택도 많지만) 평면도가 처음 집을 지은 사람의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해서, 그나마 가장 무난하고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멘션만을 고려한다. - 치안
일본인들에게 특히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지역이 꼭 있다. 한국의 대림동같이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던지(요코하마 이세자키쵸, 신오오쿠보 등), 공장이 많은 지역(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역: 카와사키시 카와사키구 등), 술집/파칭코/경마장 등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 등이 특히 인식이 좋지 않다.
한국은 지금 당장 별로라는 인식이 있어도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멀지 않은 미래를 보고 투자할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다 느껴지는 곳들도 있겠지만, 일본은 멈춰있는 나라답게 성장도 거의 없고 한 번 박힌 인식을 바꾸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이런 곳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초등학교
지진 같은 재해와 아이를 고려한 기준이다. 먼저 아이 기준은 한국과 같은 이유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초등학교가 있는가?) 중고등학생이면 몰라도 초등학생이 버스 타고 전철 타고 학교 다닐 건 아니니까. 이 이유로 위의 항목인 치안이 더 중요해진다. 또, 일본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피소가 기본적으로 주변의 초/중/고등학교 또는 공원이 되기 때문에, 주변에 무너질 만한 큰 건물이 없는 공터가 있는지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 공원
이것도 재해 + 아이 기준. 일본의 경우 대단지 멘션이 적다 보니 멘션 내에 놀이터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아이가 있는 집의 경우 자연스레 주변에 공원이 있는 집을 선호하게 된다. 재해 대비에 공원이 중요한 이유는 위의 초등학교와 같다. 대피소로 사용되기 때문.
대출과 금리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같은 위치에 있는 대출을 일본에선 주택론(住宅ローン)이라고 부른다. 주택론에도 금리 옵션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물론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많이들 고려하는 금리 옵션으로는 변동금리, 플랫35 정도가 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면, 변동금리의 경우 0.3-0.6% 대, 플랫35라는 35년 고정금리 옵션은 1.3-1.8% 대가 많은 것 같다. 근데 직접 은행 가서 견적 내보면 이거보다는 많이 오른다고 한다. (그래 봤자 3%는 안 넘을 듯? 직접 안 해보고 그냥 주변 이야기만 듣고 쓰는 거라 아닐 수도 있음) 당연한 소리지만 신용도에 따라, 직장에 따라서 금리는 많이 달라진다. 특히, 영주권 없는 외국인의 경우, 대출이 애초에 어렵기도 하고 대출이 나온다 해도 일본인이나 영주권 소유자만큼 금리가 싸게 책정되지는 않는다.
한국에는 변동금리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이 없는 것 같던데 일본은 변동금리로도 많이 대출을 받는 것 같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엔저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십몇년째 안 변하거든... 거의 고정이거든... 근데 고정금리보다 1%가 싸다? 변동금리 생각 안 할 수 없지. 최근에 달러 회수, 원자재 부족 등 여러 이유로다가 달러 가치가 미친 듯이 오르면서 일본이 그렇게 원하던 엔화 약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에 (다른 곳도 약해지긴 했지만) 앞으로 금리를 올리냐 마냐 말이 많았는데, 얼마 전 일본은행(일본의 중앙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 올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발표(클릭 시 관련기사)를 하기도 했다.
아무튼 2022 기준 지금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많이 안 좋지만 지난 세월 동안 집값이 치솟은 한국에서 1%대 금리로 대출해 주는 곳이라면 거저 주는 거지 영끌해!! 가 되겠지만, 일본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부동산을 포함해 물가가 오르지 않는 나라이다 보니, 주택의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가 거의 없어서 (특히 멘션이 아닌 주택은 발들이는 순간 반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음, 마냥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게 함정) 일반인 기준으로 주택 구입을 투자로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없다. 그냥 말 그대로 평생 거주하는 집을 구매하는 느낌. 하지만 그런 일본이 최근에 물가도 집값도 슬금슬금 오르면서 도쿄는 이미 부동산 버블 때의 집값을 찍었다고 한다. 이제 좀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나? 그건 모르겠다.
금리가 바닥을 찍고 땅을 파고 내려갈 지경이어도 가계대출을 하도 안 하니까 은행들이 피가 말라서 주택론은 100% 대출까지도 해준다고 하는데 (0엔으로 내 집 마련! 같은 광고가 엄청 많음) 실상 그건 좀 어렵다. 계약금을 보통 집값의 10%~20%로 보는데, 이것마저 내지 않으면 당연하게도 금리가 높게 잡혀서 의미가 없다.
영끌 대출 가능 금액은 다른 대출 없고, 35년 변제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연수입에 700~800% 정도로 보는 듯. 계산할 수 있는 사이트 참고. 난 방금 계산해보니 900%까지도 나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다. 거짓부렁도 정도껏... 그리고 은행 행정비용이 어마 무시하게 비싸다. 대출액에 비례하는데 웬만하면 400만 원은 기본으로 나오고 많을 경우 1000만 원도 찍는다. 한국도 그런가? 아니라면 많이 부럽다.
주택론공제(住宅ローン控除)
일본 사람들이 주택을 하도 안 사기 때문에 나라에서 주택론으로 대출을 해서 주택을 사면 세금 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마련해 놨다. 10년(신축은 13년) 동안 대출 원금의 0.7%를 공제해주는데, 금리를 싸게 받으면 (단순히 공제기간만 봤을 때) 오히려 나라에서 원금을 내주는 마법도 일어날 수 있다. 와우.
근데 조건이 은근히 빡세서 도쿄에서 매매를 생각하는 경우 공제를 받으려면 많은 옵션을 포기해야 한다. 면적이 기본 50제곱미터(일정 조건 충족 시 40제곱미터) 이상의 최대 대출 한도 5000만 엔이면 도쿄 23구 내에서는 괜찮은 집 찾기 힘들지 않나? 23구 내라면 층수라던지 입지 등 적당히 타협해야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23구 내 말고 시나 주변 수도권으로 빠지면 또 괜찮긴 한데... 암튼 고런 계륵...
마무리
일본도 한국도 내 집 마련만 놓고 생각해보면 배신하면 죽음뿐인 피의 계약을 맺을 경제 파트너(aka결혼상대)를 하나 구하는 게 참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다.
이상 일본 주택 매매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쭉 써봤다. 하지만 몇 억씩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인이 일본에 집을 사는 첫걸음은? 영주권이다~ (물론 금리가 상관없다면 영주권 없이도 가능은 하다)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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