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모르겠는데 벌써 n년 차 회사원이다. 취업 준비생 시절을 떠올리며 어떻게 취업준비를 했었는지 기록해 보겠다. 인터넷을 보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바로 취업하는 케이스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반대로 일본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한국인이 취업하는 케이스의 정보는 많이 없다. 그 이유는 물론 일본에서 대학/대학원 졸업의 경우는 대부분 일본인과 같은 플로우를 밟아 취업을 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된 정보가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정보가 있다고 안 좋을 거 없으니. 근데 솔직히 나는 과한 선택과 집중으로 취준을 뚝딱 끝내버린 케이스라, 굉장히 어설픈 취업기 일 것 같지만 일단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예시로 남겨 두겠다.
일단은 스펙이랄 것도 없지만 내 스펙과 그 스펙이 취업에 도움이 되었는가에 대해 표로 나타내 보자면 이하와 같다.
스펙 | 취업에 도움이 되었는가 | 이유 | |
학력 | 일본 대학원 석사 | ◉ | 석사가 필요한 직종에 대한 구직 활동을 함 |
전공 | 공대 | ◉ | 전공을 살린 업무에 대한 구직 활동을 함 |
학점 | * 학부 4↑/4.5 * 대학원 중상위권 |
직접적인 도움 × | 면접 시 대답할 때 써먹긴 함 |
일본어 | * N1 (취준당시 기준 5년전에 취득) * BJT J2 |
직접적인 도움 × | 나의 경우 서류에 커트라인도 없었고, 자격증 취득 사실 자체도 크게 의미 없었음. 일본어 실력은 면접볼 때 다 드러남 |
영어 | 토익을 본 적이 있긴 했는데, 2년 전이라 써내지 않았음 (0점) | × | 면접 시 대답할 때 예전 점수를 언급하긴 함 |
전공 관련 자격증 | 국제 자격증 1개 | 직접적인 도움 × | 전공과 관련 있는 자격증이긴 하지만 당시 구직하던 업무와는 딱히 관련이 없었음 |
나는 석사 채용 직종이라 가장 중요했던 건 내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해나가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일본 취업할 때 일본어 자격증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던데 엔트리 조건에 커트라인이 있는 게 아니면, 면접 시에 일본어 실력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자격증 자체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웬만하면 따놓는 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좋다고 본다. 일본 취업은 허튼 스펙보다는 자소서임... 자소서를 잘 쓰는데 시간을 녹이자. 학점이나 자격증 이런 거 스펙 그 자체로는 쓸데없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증거물이기 때문에 자소서에 잘 녹여서 나의 성격이나 장점에 연결 지어 놓으면 신빙성이 높은 자소서가 완성된다.
취업 플로우 (시간순)
시기 | 절차 | 상세 |
3월 | 기업 설명회 참가 | 학교에서 개최하는 취업 설명회 및 기업 설명회 몇 군데 참가 |
4월 초중순 | 회사 결정 | 현 회사의 OB/OG가 학교에서 설명회 개최 → 참가 → 나한테 회사 견학 제안 → 수락 → 간단히 엔트리시트(ES) 작성 후 제출 |
4월 말 | 1차 면접 : 3개 부서 견학을 가장한 간단한 기술 면접 | 부장급에게 연구 내용 간단히 프레젠테이션 후 부서 설명 및 견학 받음 → 3개 부서 전부에서 다음 선고 진행 긍정 의사 전달 받음 → 3개 부서 중 1, 2, 3지망 부서 결정 |
4월 말 | 적성검사 | 현 회사 SPI 시험 (적성 검사는 바닥을 찍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통과) |
5월 초 | 2차 면접 : 1지망 부서 매칭 기술 면접 | 센터장, 부장, 팀장 2명 대상으로 연구 내용 프레젠테이션 및 질의 응답 |
6월 중순 | 최종 면접 : 인사 면접 | 인사과 직원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한 형식적인 면담 |
6월 중순 | 합격 통보 | 최종 면접 후 2~3일 후에 합격 통보 전화 / 메일 |
10월 초 | 내정식 | |
12월 말 ~ 1월 초 | 재류 자격 갱신 | 유학 → 취로 (회사가 다 준비해 줘서 출입국관리소에 제출만 함) |
2월 ~ 3월 | 입사를 위한 준비 | 월급 통장 개설, 주거 문제 해결, 교육 자료 수령, 졸업 등 |
4월 1일 | 입사 |
지금 이거 쓰면서 알았는데, 입사 기준으로는 1년 전부터 취업활동을 했었네... 근데 사실 나는 취업활동 자체가 엄청 뒤쳐진 케이스였다. 일본 학생들은 보통 학부면 3학년 여름방학, 대학원이면 1학년 여름방학 때 인턴을 지원하는데, 그때부터 취업활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더라. 사실 공식적인 취업활동은 입사 1년 전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되는 게 맞는데, 내가 딱 그때 취업활동 시작해 볼까? 했더니 굉장히 뒤처진 느낌을 받아서 정신없이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정석적인 취업활동 플로우를 밟는다면 10월에 있는 내정식을 기준으로, 아무리 늦어도 8~9월쯤을 취업활동이 끝나는 타이밍으로 보는 게 맞아서 (거의 모든 기업이 내정식을 10월 초에 함) 실질적으로는 겨울방학부터 7~9개월 정도 본격적인 취업활동을 하는 셈. 참고로 내 주변 선후배들이나 동기는 대부분 7월 안에 다 취업이 결정되었다.
인턴부터 취업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케이스의 아주 적절한 예시가 마침 주변 대학원 동기들이었기에 몇몇 동기들 취업 플로우를 써봄
- 대학원 1학년 여름방학 때 인턴을 다녀와서 취업 시즌이 되자 바로 스카웃된 경우
- 기술 면접없이 최종 면접만 형식적으로 봄
- 대학원 1학년 여름방학 때 인턴을 다녀와서 취업 시즌이 되자 바로 스카웃 제의가 왔지만, 거절하고 따로 취업활동을 한 경우
- 유명 대기업이었는데 왜 거절했냐고 물어보니까, 인턴 때 일하는 사원들을 봤는데 나중에 자기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고
- 같은 연구실에 회사에 다니면서 박사 과정을 하고 계신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소개로 인턴 > 취업 루트를 탄 경우
나 같은 경우 취업활동이 늦어져서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정신적인 리소스도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기업에 마구잡이로 엔트리 시트를 넣는 것보다는 한두 개 기업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 스무스하게 채용까지 이어져서 다행이지 떨어졌으면 지금 한국에 있었을 거다. ㅋㅋㅋㅋ ㅋ ㅋ 일본도 아무리 취업이 쉽다고는 하지만 몇십 개씩 엔트리 시트 제출하고 거절당하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려면 갈 수 있는 기업은 많지만, 우리가 가고 싶은 좋은 기업은 한정되어있고 그런 기업은 경쟁률이 장난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학/대학원을 다니고 취업활동을 하는 학생들이라면 학교 선배 찬스를 잘 써먹는 게 진짜 꿀팁이니까 알아 뒀으면 좋겠다. 당연히 학교 선배가 채용에 직접적인 권한은 없지만, 선배를 통해 회사 분위기를 알 수도 있고, 일반 루트로 엔트리 하는 지원자들에 비해 선배라는 다이렉트 콜이 있으니까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나도 지금 회사에서 OB/OG활동을 하고 있는데, 진짜 웬만하면 많이 도와주려고 같은 학교 출신들끼리 머리 싸매고 노력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채용에 권한은 없음)
그리고 일본의 취업은 내 경우처럼 부서를 애초에 매칭 해서 입사하는 경우, 종합직으로 입사해서 입사 후 부서 배치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기술직이 아닌 일반직이라면 후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나와 내 주변은 다 부서 매칭 후 입사를 한 친구들이라서, 입사 후 부서 배치에 대해서 아는 게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섣불리 뭘 쓰지를 못하겠다. 부디 다른 정보글이 있길 바랍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썼기 때문에 내용은 두서없지만 해당 글을 읽고 혹시 궁금한 것 등 댓글으로든 뭐든 연락주시면 아는 선에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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