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일기

[일본 생활] 일본 러닝 5km :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아케님 2022. 10. 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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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거 러닝 코스는 도쿄 23구의 중심에 있는 일본 황궁 주변을 도는 러닝 코스이다. 내가 유산소는 스피닝을 돌리지 러닝은 잘 안 하지만, 일본 사는데 황거 러닝 코스는 못 참잖어~! 그래서 근처에 놀러 간 김에 새벽에 한 바퀴 돌아보고 왔다.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일본에서 황거 러닝 코스는 예전부터 유명하긴 했는데 최근에는 약간 부정적으로 묘한 이미지가 생겼다.

일본에는「의식 높은 계(意識高い系)」라는 말이 있는데, 이 단어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원래는 하루하루 주도적으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의 부류를 뜻한다. 보다시피 긍정적인 뜻이다. 근데 요즘에는 약간 비하하는 느낌의 부정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 이른바「의식 높은 계」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평가하듯 내려다보며 허세를 부린다던지, 보여주기 식으로 의식이 높은 척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 그래서 역으로 그런 사람들을 비꼬는 단어가 된 것이다. 참 한국어로 직역을 해도 뜻을 전달하기가 애매해서 고민해본 건.. 빈 수레가 요란하다, 자기가 잘 나간다는 걸 보여주며 나대고 남을 깔보는 사람, 인스타충 같은 느낌. 의식 높은 계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나 말이 밈으로 많이 사용된다. 대화할 때 외래어를 과하게 섞어 쓴다던지, 환경을 위하는 척 SDGs 같은 관련 굿즈를 갖고 있다던지 마시는 물은 유독 이로하스를 고집한다던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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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보여주기식이든 뭐든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면 열심히 살아보는 척이라도 하겠다는데 뭐 알아서 하라지... 라는 생각이라, 의식 높은 계의 사람이든 그걸 비하의 의미로 쓰는 사람이든 진짜 할 일도 없다 싶긴 하다. 하는 꼴을 보면 기가 차고 어이없고 짜증 날 수는 있어도 그냥 신경을 끄면 되는 걸 왜 그렇게 눈치를 주고받고 피곤하게 신경전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의식 높은 계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나'를 어필하기 위해 보여주기 식으로 러닝을 하러 모이는 장소가 황거 러닝 코스가 되면서, 황거 러닝 코스도 덩달아 뭔가 개운치 않은 이미지의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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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든 말든 나는 달려봐야겠다 이겁니다. 황거 러닝 코스는 약 5Km 정도로 러닝 초보자에게도 상냥한 거리이다. 아침 5:30 쯤 나가서 6:10까지 정도 뛰었고, 기록으로는 39분 걸렸다. 이게 보통인지 느린 건지 겁나 느린 건지 감도 안 오는 정도의 러닝 왕왕초보임. 좀 이른 시간인가 했는데 이 시간에 러닝 하시는 분들도 꽤 계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리는 내내 풍경이 멋져서 너무 좋았다. (어휘력 RIP)

그리고 다음날 러닝을 안 하다 갑자기 한 부작용으로 온몸이 고장 났지만, 기분 좋은 고장 남이었으니 오케입니다. 이때 황거 러닝 코스 완주하고 이제부터 러닝도 꾸준히 해야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스피닝만 한다 ㅋㅋㅋㅋㅋ ㅋㅋㅋ 우리 집 근처 미친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연속이라 도저히 하기가 싫다. 네 이건 핑계고요... 다시 마음을 다 잡아 보겠습니다.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완주 기록

사진을 왜 이따구로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이렇게 키로수가 바닥에 박혀있다.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이하 러닝 풍경 몇 장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황거 러닝 코스(皇居ランニングコー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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