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일기

[일본 생활] 파워 내향 인간의 주말 일상 기록 / 회사 동기와 후배와 식사, 킥복싱, 물건(맨션) 내람 등

아케님 2023. 4.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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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 인간에게 주말 이틀 연속 풀 외출은 별 일이기 때문에, 기왕이니까 이 별 일에 대해 일기처럼 기록해 보겠다. 

먼저 토요일은 같은 동네에 사는 회사 동기와 후배와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어서 역 앞에서 12시에 만났다. 지금까지 동기랑만 같은 동네인 줄 알았는데, 후배 중 한 명도 같은 동네라는 걸 알게 되어서 마련된 자리였다. 다들 기본적으로 외출은 잘하지 않는 모양이라 동네에서 만나도 알고 있는 음식점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궁금했던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갔다. 지나다니면서 매번 조명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음식도 맛있었고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1800엔으로 가격도 괜찮았다. 

동기랑 후배랑 점심

밥 먹으면서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가 부슬비가 그칠 때쯤 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니다 귀여운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사장님의 고양이 사랑이 특별하신 건지 고양이 장식품과 사진, 그림이 잔뜩 있는 커피 전문점이었는데, 밝고 아늑하고 조용하고 단골이 많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의 카페였다. 우리 말고 다른 손님들이 사장님과 굉장히 친해 보였고, 편안하게 작업하거나 쉬고 있는 게 인상 깊었다. 손님이 데리고 온 쪼그만 치와와가 발발거리면서 손님들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귀여움을 받고 있었는데, 우리 테이블에도 와서 몇 번 기웃거리다가 갔다. 너무 귀여워. 

동기랑 후배랑 카페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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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원두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알못이라서 그냥 사장님이 추천해 주시는 걸로 마셨다. 디저트를 먹고 와서 커피만 주문할까 했지만 고양이 발바닥 마들렌이 너무 귀여워서 홀린 듯이 시켰다. 맛은 그냥저냥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마들렌이었다. 여기서도 회사 얘기, 사는 얘기, 취미 얘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얘기를 나누는 중에 후배가 바로 다음날이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동기랑 나랑 둘이 후배한테 생일인 줄 알았으면 점심 사주는 건데 왜 이제 말했냐고 하면서ㅠㅠ 커피값 내주고 그래도 빈손으로 보낼 수가 없어서 돌아가는 길에 코지코너로 끌고 가서 케이크를 사서 들려서 보냈다. 후배는 먼저 보내고 동기랑 같이 장보고 들어가자 싶어서 역 앞에서 장을 봤는데, 나오는 길에 보니까 비바람이 아주 장난이 아닌 거다. 예보를 보니까 소나기인지 한두 시간 뒤에는 좀 멎는 것 같길래 어차피 저녁 먹을 시간인데 근처에 있는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에 가서 같이 저녁 먹고 들어가자!!라는 흐름으로 같이 저녁도 먹게 되었다.

고양이 발바닥 마들렌 레전드 귀여움

하루종일 음식점에 들어앉아있었는데 말을 많이 하다 보니까 배가 고프긴 고파서 음식을 왕창 시켰다. 동기도 그렇고 나도 사이제리야는 대학 다닐 때 이후로 와보지를 않아서 거의 4~5년 만이었는데, 오랜만에 오니까 느낌이 신기하더라 내가 일본음식점에 향수를 느끼다니... 일본에 오래 살긴 살았구나 싶었다. 코스파 좋기로 소문난 사이제 와인도 한잔씩 걸치면서 또 저녁을 먹었다. 술 들어가니까 또 인생에 대해 나름 깊은 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분명 가볍게 앉아있다가 갈 생각이었던 게 마감직전까지 3시간을 앉아 있었다. 돌았습니까 휴먼. 그렇게 가게 문 닫습니다요~하고 쫓겨나오니 비도 그치고 해서 기분 좋게 동기랑 귀가를 했다. 동기랑 밥 먹자고 점심에 만나면 하루 종일 같이 있게 되는 것 같다. 

동기랑 사리제이야 (사이제 치킨윙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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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다음날인 일요일은 오전에 집에 있다가 킥복싱 갈 시간이 되어서 미적대면서 나갔다. 항상 일요일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러 가는데, 저번주에 강사분 중 한 분이랑 운동 끝나고 이야기를 잠깐 나눠본 결과 그분은 내가 한국인인걸 몰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 지금까지 킥복싱 장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왔던 건 나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유행하고 있어서 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호오... 그분이 그럼 케이팝 가끔 나오는데 그거 다 이해할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좀 웃겼다. 아놔 그럼요 저 한국인인데... 그러고 좋아하는 노래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딱히 없고 그냥 애플뮤직 Top100 같은 거 들어서 유명한 건 웬만한 건 알걸요? 하고 대답을 했더니, 이번주엔 운동이 끝나고 세븐틴 노래 메들리가 나오는 거다 ㅋ ㅋ ㅋㅋㅋㅋ 이건 노린 거라고 본다. 안 그래도 요즘 고잉 세븐틴 배드 클루를 밥 친구처럼 보면서 세븐틴 노래도 수록곡까지 듣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노리고 세븐틴 노래를 틀어주시니 반갑고 웃겼다 ㅠㅠㅠ

이거 맛있음 추천 로손에서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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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마치고 물건(맨션) 내람 약속이 있어서 내람 할 물건이 있는 동네로 이동했다. 요즘 이사를 생각하고 있어서 열심히 집 보러 다니는 중이다. 이번에 부동산 회사 담당분이 나보다 나이는 어린 분이었는데(굉장히 TMI를 많이 말씀해 주셔서 어쩌다 알게 됨), 완전 영업맨!!!!!!!이라는 느낌의 직원분이셨다. 진짜 영업은 이런 사람들이 하는 거구나 싶었고... 명함을 건네줄 때나 전화받을 때의 태도가 완전 일본 회사원의 정석이었다. 나도 그런 회사원의 기본 소양 같은 걸 일단 신입사원 교육 때 배우긴 했는데, 직종 특성상 정장은 무슨 츄리닝이나 안 입고 오면 다행이고 외부 전화는 받을 일도 없을뿐더러 명함을 누군가에게 건네준 적이 손에 꼽기 때문에 싹 다 잊어버렸다. 아무튼 나는 그런 빠릿빠릿함에 기가 굉장히 빨렸지만 아닌 척은 또 잘하기 때문에 열심히 텐션을 따라가면서 집을 6군데 정도 봤다. 아마 이번에 본 집 중 한 군데로 이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또 나중에 기록해 보겠다.

안녕 길냥이 친구

이렇게 폭풍 같은 주말을 보내고 집에 들어와 월요일에 일할 생각을 하니까 눈앞이 아찔해졌다. 재택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요즘 재택으로 인해 사람을 너무 안 만나서 나의 처참한 사회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긴 해야겠다며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고, 확실히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게 여러 의미에서 재밌기도 하지만 나는 확실히 사람한테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진짜 뭐든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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