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의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나츠마쯔리다. 요 3년간 코로나 때문에 마쯔리가 대부분 중지되었었는데 올해부터 나츠마쯔리를 포함한 일본의 각종 축제들이 하나둘씩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근처 신사에서 하는 마쯔리도 재개되었기에 오랜만에 일본의 여름 감성 느껴볼 겸 구경을 다녀왔다.
이번 축제는 오전~오후시간에 가마를 든 행렬이 동네를 돌고, 밤에는 신사에서 음악을 틀고 북을 둥둥 치는 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둥글게 돌면서 봉오도리를 췄다. 마쯔리마다 절차마다 당연히 무슨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아는 게 없다. 그냥 신기하고 분위기가 재밌고 야타이의 음식이 먹고 싶을 뿐이다.
일본 나츠마쯔리의 대표적인 놀거리인 사격(射的)과 금붕어건지기(銀魚すくい)가 있었다. 물론 내가 하지는 않지만 꼬마들이 하는 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붕어 건지기는 한 번쯤 해보고 싶긴 한데 금붕어를 건져서 집에 가져와도 거기서부터가 일인지라 그냥 구경만 했다. 금붕어 건지기 같은 놀이는 생명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걸 이미 알게 되어버린 으른에겐 즐기기에 힘든 놀이인 것이다. 어린이들이야 뒤처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부모님 몫이 되어버리니 마냥 즐길 수 있겠지만.
작은 동네 축제 치고는 음식 야타이(屋台)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저녁을 때울 생각으로 간 거라서 야무지게 사 먹고 왔다. 마쯔리의 음식은 가성비를 따지면 뭘 사 먹질 못한다 그냥 분위기 값이라고 생각하고 먹어야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별거 안 먹은 것 같은데 먹을 거로만 2천 엔을 썼더라. 마쯔리 음식의 정석인 타코야끼와 야끼소바는 당연히 있었고, 그 외에도 치킨스테이크, 베이비 카스텔라도 있었다. 베이비 카스텔라는 뭔 맛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약간 맛보다 냄새가 200배쯤 맛있는 델리만쥬과의 음식이 아닐까 싶어서 사 먹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아직도 못 먹어 봤다.
일단 타코야끼 한 팩을 사 먹고 디저트로 300엔짜리 초코바나나 (バナナチョコ)를 사 먹었다. 바나나와 초코의 조합은 맛없없 조합이긴 한데, 은근 마쯔리 아니면 먹을 기회가 별로 없는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귀엽게 생겨서 기분내기 딱 좋다.
링고 아메가 있길 바랐지만 링고아메는 없고 살구 사탕(안즈아메, あんず飴)이 있어서 사 먹어봤는데, 내가 생각한 맛이 아녀서 충격적이었던 메뉴 중 하나다. 한국에서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와는 달리 단순히 살구에 물엿을 둘러 굳힌 거라 찐덕찐덕 그 자체, 살구는 소금에 절인 살구인지 엄청 짰다. 단짠단짠이긴 한데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단짠단짠 중 가장 사악하고 끔찍한 단짠이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마무리는 얼음 빙수(かき氷). 단순히 간얼음에 향이 첨가된 시럽을 뿌려 먹는 빙수다. 시럽이 과일향만 있는 줄 알았더니 콜라, 라무네, 복숭아 등 생각보다 다양하더라. 시럽은 원하는 맛을 원하는 만큼 뿌릴 수 있었다. 이게 생각해 보면 향이 첨가된 설탕물일 뿐인데 은근히 맛있다. 역시 분위기 덕분인 것 같다.
저녁쯤 가서 배부르게 음식을 사 먹고 사람들이 봉오도리 추는걸 좀 구경하다 귀가를 했다. 궁금한 점 하나, 일본은 학교 같은 데서 봉오도리 동작을 다 배우는 걸까? 간단한 동작이라고는 하지만 악곡이 다양한데 거기에 맞춰서 다들 척척 추는 게 너무 신기했다. 꼬마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다 출 줄 알더라. 아무튼 오랜만에 일본의 여름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별일 없이 여름마다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물렀거라 바이러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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