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일상일기

일본에서 이상하게 불리고 있는 한국 음식 3가지

아케님 2024. 3. 24. 12:00
728x90
728x90
SMALL

일본에서 살다 보면 익숙하지만 위화감이 드는 한국 단어를 꽤 많이 접한다. 그중에서 음식에 관련된 대표적인 3가지에 대해서 써보겠다.


1. 창란젓 = 창자(チャンジャ)

토리키조쿠의 창자 / 출처 : https://www.ssnp.co.jp/foodservice/519737/

일본에서 창자를 걸 처음 접한 건 대학 다닐 때 하교를 하면서 동기, 선후배들이랑 간 토리키조쿠라는 이자카야에서였다. 이때가 일본에 온 지 1년도 안되었을 때여서 주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한창 물어봤었는데, 안주로 창자를 시키길래 뭔... 장기 이름의 음식이 있나 하고 보고 있었더니 동기가 창자를 한국에서도 실제로 많이 먹냐고 묻는 거다. 그때 

나: 어...? 이게 한국음식이야? (아직 음식 나오기 전이었음)

같은 반응을 보이니 역시 한국인이 아니고만 하고 한소리를 들었었다. 사실 그전까지 서울 사람이 아니라 서울에 관련된 질문에 시라나이(몰라)를 연발한 전적이 많다. 쌓이고 쌓이는 의심...

728x90

음식이 나온 후에 창난젓을 창자라고 하는구나 하고 깨달아서 이건 한국에서 창자라고 부르지 않아서 몰랐던 거라고 열심히 해명을 한 기억이 있다. 그 뒤로도 열심히 이자카야를 들락거려 본 결과 창자는 일본 이자카야에서 스피드 메뉴(주문하면 금방 나오는 메뉴)로 꽤 일반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생각보다 한국음식이라는 인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일본도 젓갈(塩辛、시오카라라고 함)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왜 시오카라의 한 종류가 아니고 하나의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싶어서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고춧가루가 들어가 맵게 조리되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한다. 고추 들어간 매운 음식은 웬만하면 한국음식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나저나 창난젓은 어쩌다 창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명태의 창자로 만드는 음식이긴 하지만 어쩌다가 재료가 그대로 음식명이 되어버린 걸까.

2. 떡볶이 떡 = 떡볶이(トッポッキ、トッポギ、トッポキ)

이 사진은 허위매물이다 라볶이임

일본에서 떡볶이는 굉장히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한국음식이다. 이렇게 동네 마트에서 라볶이도 팔고 컵 떡볶이도 팔정도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인이 떡볶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잘 들어보면 종종 문장에서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 위화감의 정체는 바로 떡볶이의 떡을 떡볶이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말하는 떡볶이는 정말 떡볶이이기도 하면서 떡볶이에 들어가는 기다란 떡볶이 떡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은 두 개가 같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평범한 일본인은 굳이 두 개를 구분 짓지 않는 것 같았다.

728x90

그래서 일본인들과 식사를 할 때 떡볶이가 메뉴로 나오면 이 설명을 영원히 하게 된다. 떡볶이는 요리의 이름이며 이 기다란 건 떡볶이가 아니고 그냥 떡이야... 떡은 오모찌(お餅)고 볶이는 이타메(炒め)라는 뜻이란다. 하하 어때 재밌지?

3. 순두부찌개 = 순두부(純豆腐、スンドゥブ)

순두부 찌개 스프

마지막 순두부도 창자와 비슷하게 순두부라는 재료명이 순두부찌개를 지칭하게 된 케이스다. 그래도 이건 순두부찌개라는 이름의 원형이 3/5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무슨 음식인지 바로 알 수 있고, 일반적으로는 순두부찌개 풀네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위화감이 심한 단어는 아니다. 

SMALL

순두부찌개는 일본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헬시한 음식으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도쿄순두부같은 순두부찌개 전문점에서는 마라탕 느낌으로다가 순두부찌개에 각종 토핑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도쿄순두부의 메뉴를 보면 "명란젓 치즈 떡볶이 순부두"같은 환장스러운 순두부 찌개 메뉴도 있는데, 이게 바로 2번에서 언급한 떡볶이를 떡볶이 떡으로 지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쿄순부두 메뉴 일부 / 출처 : 도쿄순두부 홈페이지

참고로 일본에서 순두부찌개를 해 먹고 싶으면 순두부의 대용으로 키누두부(絹豆腐、엄밀히 말하면 연두부와 비슷함)를 사서 해 먹으면 된다.


이 세 단어 말고도 원어민 입장에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한국 단어들을 상당히 들을 수 있는데 들을 때마다 참 재밌다고 느낀다. 한국어에도 이런 식으로 원어민이 들으면 웃기게 사용하는 외래어가 얼마나 많을까. 

728x90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