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일본인들의 속도에 맞춰 대화를 하다 보면 표현을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익숙한 표현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그 '익숙한 표현'이라는 건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평소에 얼마나 많이 듣고 말하느냐에 의해 결정이 된다. 일본에 살지만 일본어(회화)를 쓰는 상황이 회사에서 하는 회의, 아니면 몇 안 되는 친구로 한정되어 있어서 거의 대화의 주제가 정해져 있고, 그런 주제에서는 쓰던 표현으로 대부분 문제없이 대화가 흘러가니 익숙한 표현의 범위가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다.
이 좁디좁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표현력으로 내가 원하는 뉘앙스의 말을 전할 수 없어서 답답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언어의 장벽을 느끼곤 한다. 이런 일본어 실력의 한계를 몇 번 느끼니 역시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언어는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실력이 정체가 되는구나 싶어서 어떻게 공부를 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랭디(LANGDY)라는 곳에서 전화 일본어 무료 수업을 받아볼 수 있길래 한 번 신청을 해보았다.
처음 회원가입을 하면 무료 수강을 1회 할 수 있다. 원하는 수업 레벨을 선택한 후, 24시간 중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30분 단위로 예약을 하면 된다. (실제 수업 시간은 20분)
수업을 예약하면 MY탭에서 예약한 수업 정보를 볼 수가 있다. 선생님은 모두 원어민 선생님들인 것 같고, 무료 수업 주제는 정해져 있는 게 있는 듯하다. (내가 선택하거나 하지는 않았음)
1:1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예습'을 할 수 있는데, 수업 내용에 대한 문장과 단어들을 게임 형식으로 미리 학습하는 단계다. 총 6페이지 정도가 있었고 한 3분 정도가 걸렸다. 수업시작 한 5분 전에 부담 없이 간단하게 보고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둔 느낌?
선생님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예약한 시간 1분 전에 배정된 선생님께 앱 내 채팅기능으로 오늘 잘 부탁한다고 연락이 오고, 수업시간이 되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먼저 간단하게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어떤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보시기에 (프리토킹 위주, 수업 진도 위주)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그럼 기본적으로 수업 진도를 따라가고 시간이 남으면 프리토킹을 하자고 해주셨다.
그렇게 먼저 앱 화면을 보면서 수업을 쭉 진행해 나갔는데, 수업을 하면서 일본어로 말할 때 좀 어색한 표현을 한다거나 잘못된 표현을 하면 바로바로 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고쳐주셨고, 채팅으로도 남겨주셔서 나중에 복습하기에 좋았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짚어주시는 것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표현이나 발음, 억양이 이상한 것 같으면 이거 괜찮았냐고 바로 되물어볼 수 있었던 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진도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5분 정도 프리토킹을 했는데, 선생님이 사시는 곳이 내가 예전에 살았던 곳이랑 같아서 5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동네에 대해서 수다를 떨었다. 솔직히 낯가림도 심하고 말도 잘 못하는 편이라서 처음 뵙는 선생님과 어색하지 않게 전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수업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선생님이 엄청 상냥하고 편하게 대화를 이끌어가 주셔서 어색한지도 모르고 20분 동안 나불거렸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작문'과 '복습'을 할 수 있었는데, 먼저 작문은 오늘 수업에 나왔던 주제에 대해서 250자 정도로 짧게 작문을 하면 된다. 내 작문 주제는 수업 중에 나왔던 길거리 흡연에 대한 내용이었다. 길거리 흡연은 주위 사람들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라는 주제로 내 생각을 일본어로 써서 제출하면 된다. 이때 밑에 관련 단어를 몇 개 제안해 주는데, 이 단어를 넣어서 작문을 하라는 건가 싶었다. 아무튼 작문을 해서 제출하면 원어민 선생님이 작문 내용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신다. 참고로 피드백을 주시는 선생님은 수업하신 분과는 다른 분이었다. 안내엔 피드백은 다음날 오전 8시 이후에 확인할 수 있다고 되어있었는데, 나는 거의 바로 피드백이 달려서 깜짝 놀랐다. 한 한 시간? 도 안 걸려서 피드백이 온 듯.
고치는 게 좋은 표현에 대해서는 이미지처럼 빨간색 취소선으로 표시하고 수정된 문장을 제안해 주신다. 그리고 한 줄 평에서는 작문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수정된 표현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ビビる라는 표현이 제시가 되어있어서 억지로 넣어서 제출했는데 그 표현이 수정되어 돌아온 거 보면 굳이 작문할 때 제시된 표현을 안 써도 됐나 보다. 그나저나 피드백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복습'에서는 수업에서 나온 표현의 요약과 전체적인 수업 평가 결과, 문법, 어휘, 듣기, 발음, 자신감 5가지 항목 세부 평가를 보여주고, 예습과 같이 게임 형태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었다. 수업 녹음본도 다운로드할 수 있어서 내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다시 들어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서비스라고 느꼈다. 이번에 Lv6의 수업을 받아 본 건데, 솔직히 Lv6의 일본어로 프리토킹을 할 수 있는 정도라면 수업에 나오는 표현과 초면인 경우는 적지 않을까? 그래봤자 일상 일본어라서 다 알긴 아는 내용일 거다. 그렇다고 수업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닌 게, 알지만 평소에 잘 안 쓰는 표현을 실제로 써보면서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회사에서나 친구랑 얘기하며 うんざり라는 표현(이번 수업 내용)을 쓸 일이 많지는 않지 않은가. 소설이나 만화책에서는 종종 마주치지만 입에 올린 적은 손에 꼽는 표현을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써볼 수 있어서 표현과 조금 친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무료 수업이 괜찮았기 때문에 수강권을 구매하려다가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주 1회 수업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했는데, 수강권이 주 2회, 주 3회 수업 밖에 없어서, 주 2회 수강권을 봤더니 수강권 결제 단위가 무식하게 길어서(3개월, 6개월, 1년) 어떻게 할까 고민 루프에 빠져있다. 아무튼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일본 > 정착,생활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포공항 국제선 바이오 인증, 여권 정보 셀프등록 : 인천공항의 스마트패스 김포공항ver (2) | 2024.05.09 |
---|---|
일본 거주자 일본 공항 자동화 게이트(자동 출입국 수속) 이용 등록 신청 방법, 후기 (0) | 2024.01.16 |
일본 운전면허증 갱신 후기 (방법, 절차) : 도쿄 사메즈 운전면허 시험장 (0) | 2023.12.12 |
한화→엔화 간편 환전 / 해외 송금 모인(moin) 어플 사용 후기 (2) | 2023.11.23 |
라쿠텐 페이(楽天Pay)에서 라쿠텐 포인트로 일본 교통카트 스이카(Suica) 충전하기 (0) | 2023.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