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라쿠텐에서 방재 굿즈(재난 시 피난 가방)를 구매했다. 최근에 큰 지진이 있었다거나 다른 자연재해가 있었다거나 한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사놔야 지하고 벼르고 있던걸 드디어 구매한 거다. 필요한걸 하나씩 사모을 수도 있지만 돈을 주면 편안함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만큼 그 혜택을 잔뜩 누려보았다.
RELIEVED LIFE라는 곳에서 판매하는 방재 세트인데,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 방재 배낭(가방)
- 방재 매뉴얼 책자
- 볼펜
- 멀티 솔라 라디오 라이트
- 알루미늄 담요
- 간이 이불
- 우비(판초)
- 공기 침대
- 긴급용 고무장갑, 호루라기
- 5리터 급수 탱크
- 화장실 응고제 = 휴대용 화장실 (10회분)
- 쓰레기봉투 (10개)
- 휴대용 티슈
- 장기보존 방재 물티슈
- 슬리퍼
- 구급세트
- 에어펌프
- 공기베개, 아이마스크, 귀마개
- 양치질 세트
- 압축팩
- 5년 보존수 3개
- 재난용 쌀밥 3개
멀티 솔라 라디오 라이트가 뭔가 했는데, 태양열로 충전도 되고, 건전지로 작동도 되고 그걸 또 핸드폰 보조배터리로 쓸 수도 있고, 손전등이나 테이블 전등, 라디오, 구조신호를 보내는 역할까지 하는 아주 만능인 물건이었다. 궁금해서 당장 까보고 싶었지만 내구성이 얼마나 좋을진 모르니까 일단 참았다.
일본에 살다 보면 이런 방재용 물이나 쌀밥은 의외로 먹어볼 기회들이 있는데(회사나 학교에서 지진용으로 구비해 두었던 장기보존 음식들을 유통기한이 다가오면 무료로 나눠주는 경우가 많음), 진짜 재난 상황이 아니면 먹고 싶지 않은 맛이다.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서 먹을 거 하나가 아쉬울 만할 때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방부제를 때려 넣은 듯한 기분 나쁜 맛... 이런 재난용 장기보존 음식들은 생존을 위한 음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은데 '맛있어서'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맛없게 만든다는 말도 있던데 그런 의도라면 아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택배 상자에 담겨온 제품들을 가방 안에 차곡차곡 테트리스를 해서 넣어놓았다. 가방이 굉장히 크고 소재가 튼튼하고 좋아서 필요한 게 있다면 더 추가로 넣어도 될 듯하다. 여기서 추가로 구비해 둘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헬맷이나 휴대용 칼, 가위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참고로 방재 가방은 검은색이나 흰색 같은 무채색이 아니고 이렇게 눈에 확 띄는 색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제품도 검은색과 오렌지색 2종류가 있었는데 일부러 오렌지 색을 구매했다. 무채색 러버지만 취향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혹시나 다가올 재난이 지진 같은 자연으로 인한 재해가 아닌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눈에 안 띄는 게 상책인 재난이라면 무채색이 더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더 높은 자연재해 쪽에 걸어보겠다.
14만원 정도로 나름 큰돈을 들여서 방재 굿즈 세트를 사긴 했지만 영원히 사용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거다. 오늘도 별일 없이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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