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에 진심인 일본은 할로윈이 끝난 11월 1일부터 어제인 12/25까지 쭉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동네 이곳저곳에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 산타, 루돌프 오너먼트 등이 장식되어 있고, 트리장식을 곳곳에서 팔고... 무엇보다 사방팔방의 편의점이나 빵 가게, 디저트 가게 등 에서 크리스마스이브~당일에 수령하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주문예약받는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나도 이번에 주문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하지는 않았다. 홀케이크를 주문해 봤자 당일날 혼자는 다 먹지도 못할 거고, 그렇다고 누군가랑 모여서 같이 먹기에는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평범하게 출근해서 일하다가 퇴근해서 지쳐 잘 게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에 욕심을 내려놓은 거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크리스마스 전주부터 이브까지 외출할 때마다 야금야금 크리스마스st 디자인의 조각 케이크나 디저트를 하나씩 사 와서 먹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제일 먼저 먹은 게 일본에 바움쿠헨으로 유명한 과자점 유하임(JUCHHEIM, ユーハイム)이라는 디저트 가게에서 판매한 몽블랑 트리라는 녀석. 그냥 몽블랑에 왕별 초콜릿만 하나 떡하니 올린 거긴 하지만 그게 뻔뻔하고 귀여워서 샀다. 별은 평범한 초콜릿이고 몽블랑도 평범한 몽블랑이었음. 이것 말고도 산타, 눈사람 무스케이크나 딸기, 초코 쇼트케이크도 팔고 있었는데 다 디자인이 너무 귀여웠고, 유하임의 메인 상품인 바움쿠헨으로 크리스마스 홀케이크를 만들어서 팔던데(한 6천 엔 정도) 언젠간 먹어보고 싶었다.
이건 크리스마스 푸딩. 사실 푸딩의 디자인은 딱히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없는 평범한 푸딩이지만, 크리스마스 디자인 무민 컵에 담겨서 크리스마스 디저트인척 하는 닌자였다. 사실 나도 그냥 컵이 갖고 싶어서 샀다. 600엔대 가격에 질 괜찮은 유리컵까지 준다는데. 근데 막상 사놓고 보니 사이즈가 너무 애매하게 작아서 뭘 넣어 마시기는 좀 그래서 쓸모가 귀여운 것 말고 없긴 하더라. 본래 용도처럼 직접 푸딩 만들어 넣어 먹기에 딱 좋은 사이즈긴 한데 내가 그런 걸 할리가. 위에 올라간 과일은 거의 당분이 없어서 장식에 의의가 있는 과일들이었고, 푸딩은 약간 단단한 질감의 푸딩으로 나름 맛있었다. 캐러멜 소스는 좀 묽은 편.
이건 푸딩과 같은 가게에서 구매한 생 초코 쇼트 케이크다. 산타가 맹한 게 귀여워서 눈에 띄길래 사봤다. 산타는 먹을 수 있는 설탕과자였다. 근데 맛은 없었다. 딸기도. 사실 먹는 게 아니었나? 케이크 자체는 평범하게 맛있는 초콜릿케이크였다. 원래 기념일 케이크는 입보단 눈으로 먹는 거지.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예상대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고사하고 평범하게 출근을 해서 일을 했다. 여느 때처럼 재택근무라서 회의 말고는 다른 사람이랑 한마디도 안 하는 하루가 될 뻔했지만, 동기가 작업이프†하자고 해서 오후 업무 내내 동기와 오붓하게 일하면서 비대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내 에너지 수준에 아주 적당한 만족스러운 크리스마스였다.
†작업이프(作業イプ:작업+스카이프를 합성한 일본의 신조어):스카이프, 디스코드, 팀즈, 줌 등의 온라인 회의/통화 툴을 사용해서 온라인상에 작업을 하는 공간을 만들어 두고 각자 묵묵히 각자의 일을 하면서 잡담을 하기도 하는 것. 꼭 사용하는 툴이 스카이프가 아니어도 이런 행위를 작업이프라고 통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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