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첫날은 서울에서 동생과 시간을 보냈는데, 어디에서 놀까 하다가 종로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한국 종이책을 몇 권 사서 돌아가고 싶어서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 구경을 했는데, 동생은 옆에서 서울 카페/베이커리 관련 책을 보면서 점심 먹고 갈 카페를 찾아봐 주었다. 책자에서 발견한 카페가 '앞으로의 빵집(네이버 지도, 인스타그램)'이라는 곳이었고 점심을 먹고 가보게 되었다. 일주일에 3일(목, 금, 토), 그것도 오후(11시 30분 또는 12시 ~ 19시)에만 영업을 하는 곳인데, 우리가 방문하려고 했을 때가 운이 좋게도 영업을 하는 타이밍이었다. 운이 끝내줌.
먼저 위치는 종로3가역과 안국역의 중간쯤인데, 좋게 말하면 여러 역에서 접근성이 좋지만 나쁘게 말하면 양쪽역 둘 다 에서 애매하게 멀다. 우리는 종로 보쌈골목에서 점심을 먹고 익선동?을 거쳐서 갔는데 진짜 너무... 신기했다. 한국의 핫플을 느낄 수 있었음. 내 서울 핫플 업데이트는 명동에서 멈췄는데 이런 곳이 있다니 (굉장히,,, 외국인 관광객성 발언이지만 생각해 보면 외국인 관광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임) 종로 3가에서 보쌈 먹고 익선동 지나서 카페 가기. 외국인 관광객들 관광 코스로 아주 괜찮을 듯하다. 아무튼 익선동 골목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가느라 체감상으로 더 멀게 느껴졌다. 30-40분은 걸린 느낌.
가게가 비교적 골목에 있어서 여기가 맞나? 의심이 들 즈음에 건물이 떡하니, 간판이 떡하니 있어서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들어가기 전 인상, 일단 건물부터가 굉장히 예쁘더라.
건물 사이즈에 비해서 가게 규모(홀 기준)는 2인석 테이블 7석으로 굉장히 작았다. 2층은 아마 카페로 이용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우리는 금요일 15시쯤 갔는데, 들어갔을 때는 테이블이 1~2자리 남아있었고 테이크 아웃 손님들이 굉장히 붐볐다. 거기다 배달 주문도 많은 건지, 사장님이 혼자 일을 하시는 것 같은데 굉장히 바빠 보이셨다. 바쁜 와중에도 계속 웃으시면서 친절하게 손님들 대하는 게 인상 깊었다.
앞으로의 빵집의 운영 신념은 이렇다고 한다. 사실 나는 비건도 아니고 음식도 막 가려서 먹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사장님의 코다와리(여기서 일본어를 쓰기는 싫지만 몇 년째 대체어 못 찾는 중임)가 있고 거기에 공감과 동참까지는 아니더라도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는 가게들이 좋다. 음식점뿐만이 아니라 어떤 브랜드나 사람이라도. 대충 평범한 것보다 뭐 하나라도 특별하고 개성이 있는 게 좋다는 뜻.
디저트 메뉴는 케이크부터 쿠키까지 굉장히 다양했는데, 생긴 건 심플하지만 굉장히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들이었다. 비건 카페인만큼 다 쑥, 흑임자, 인절미, 단호박, 각종 과일 등을 사용해서 만든 메뉴들이었는데, 전부 흔치 않은 메뉴들이고 개인적으로 저런 재료들을 좋아하기도 해서다 하나씩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품절도 꽤 있었고 점심을 먹고 온 상태였기에 드링크로는 쑥 소이라떼, 아아, 디저트로는 흑임자 쑥 치즈 케이크를 시켜보았다. 사장님이 바쁘셔서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꽤 기다렸다. 아아는 거의 안 마셔서 무슨 맛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낫배드였던 것 같고, 쑥 소이라떼는 소이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쑥 맛이 진하게 나서 완전 취향. 쑥 음료를 살면서 그렇게 많이 먹어본 게 아니라 비교군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맛있는 쑥 음료일 거라고 확신한다.
대망의 흑임자 쑥 치즈 케이크가 진짜 도른자였다.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고 식감은 꾸덕하고 묵직한 게 너무 맛있었다. 하... 이거 왤케 맛있지? 어? 사이즈는 작아 보이는데 배에 엄청 차더라. 어쩌면 이거 한 조각으로 식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쌈을 배 터지게 먹고 와서 깨작깨작 먹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든든한 녀석이었다. 위 용량의 한계 때문에 꼬집어 먹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포크를 놓지 않고 끊임없이 입으로 옮겼다.
한 1~2시간 정도 카페에 머물렀는데, 쑥 소이라떼와 흑임자 쑥 치즈 케이크를 먹고 나서부터 이 카페를 뜰 때까지 우리 집 앞에 이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염불을 외웠다. 우리가 나갈 때쯤에는 2~3 테이블 정도에 손님이 앉아있는 한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위기가 딱 동네에 있는 아담한 카페라서 그런지 단골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오래 앉아서 작업하시는 분들은 사장님과 가끔 대화하고 이런 거 보면 자주 오시는 분들 인 것 같았음. 떠들 수 없을 정도로 엄청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앉아서 가볍게 수다 떨기에도 좋았다. 다음에 한국 가면 흑임자쑥치즈케이크 먹으러 또 가야지. 아냐 분명 다른 메뉴도 맛있을게 분명하다. 다음에는 다른 것도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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