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편함에 인터넷 회사로부터 우편이 도착해 있어서 뭐지 싶었는데, 안에 들어있는 건 더 예상치 못한 거였다. 바로 우편환증서였다. 한국에서는 통상환증서 또는 우편환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고, 일본에서는 普通為替証書라고 표기하더라. 처음에 받았을 때 우편환이라는 개념조차 몰랐어서 냅다 2만 5천 엔이 찍힌 증서를 보고 청구서인가? 왜왜왜..., 왜,, 왜,,. 돈을 내야 하지?! 하고 당황했는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반대로 2만 5천 엔을 나한테 준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된 사연 인가 하면 인터넷을 가입할 때 가입 특전으로 인터넷 공사비 2만 5천 엔을 환급해 주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는데, 그 환급액을 이렇게 우편환으로 지급해 주는 거였다. 일본도 아무리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다 하지만 나름 21세기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꽤 전산화가 되어있어서 웬만한 돈거래는 다 전산상에서 진행이 된다. 그래서 일본에 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런 구시대적(?) 시스템을 처음 직접 겪어보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된 것이다.
우편환은 우체국 은행에서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대방에게 돈을 보낼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 돈을 보내는 사람이 우체국에 현금을 지불하면 우체국에서는 그 금액에 대한 우편환증서를 발행하고, 그 환증서를 돈을 받을 사람한테 보낸다. 환증서를 받는 사람은 우체국으로 가서 환증서와 함께 신분증을 제시하면 환증서에 쓰여있는 금액만큼 현금을 받게 되는 거다. (일본 우편환에 대한 설명 : 우체국 홈페이지) 안내문에 쓰여있는 대로 주소와 이름을 적고 인을 찍은 환증서와 신분증을 가지고 우체국에 가서 제출을 했더니 환증서에 찍한 2만 5천 엔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찾아보니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거래 방식이라고 한다. 당연함. 계좌를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음. (그래도 아직 일부 구조에서는 쓰인다고 한다.)
잘 쓰이지 않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우편환으로 환급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되어서 조금 재미있었고, 한편으로는 우편환 자체를 처음 들어본 내 납작한 금융 지식이 실감 나서 살짝 뻘쭘했지만 덕분에 하나를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감사했다. 기억에서 잊혀 있던 2만 5천 엔도 생겼고. 꿩 먹고 알 먹고 아주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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